전두환 예방 파동 '시즌 2'…'소통 부재' 의사결정 도마 위
민주, '대통령 퇴진' 구심적 역할에 악영향 우려도 제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전격 철회하면서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됐다.

14일 오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단독 영수회담 카드를 전격적으로 던졌던 추 대표는 15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까지 했다가 당내의 큰 반발로 하루도 안 돼 계획을 접어야 했다.

최순실 정국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추 대표의 이 같은 '갈지자' 행보는 제1야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게 됐다.

앞으로 당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현 정국 수습을 놓고 청와대 및 여당과의 협상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야권의 공조전선에 '균열'을 초래하고 추후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담의 성사를 어렵게 만드는 등 정국의 해법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추 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당 대표 취임 열흘 만인 9월 8일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을 잡았다가 당내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에도 추 대표는 공식적인 의사수렴 과정 없이 전 전 대통령 측에 예방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전달했고, 일정 조율을 거쳐 시간까지 확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긴급 최고위를 소집했고 추 대표는 "국민통합을 위한 예방"이란 취지로 설득했지만, 최고위원 전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은 취임 직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의 연장선으로 이해됐지만, 당내 이해를 구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특히 당시 당내 최고위원들과의 논의과정을 생략한 채 만남을 진행해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추진 과정도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대표는 영수회담 추진을 위해 최고위나 의총 등 당의(黨意)를 묻는 과정을 생략한 채 소신대로 밀어붙였다.

전날 밤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하긴 했지만 사실상 입장을 정한 뒤 통보 하는 형식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예방 무산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리더십에 큰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이번에도 청와대 단독회담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 당은 벌집을 쑤시듯 시끄러웠다.

'100만 촛불'로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여론이 기정사실화 한 마당에 야권 공조까지 무너뜨려 가며 박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불과 며칠 전 국민의당·정의당 대표를 상대로 정국수습을 위한 야권 공조를 약속하며 합의사항까지 내놨던 추 대표였기에 다른 야당으로서는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일제히 회담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추 대표를 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원내 지도부와의 소통도 깔끔하지 못하다는 경고음도 수 차례 감지됐다.

최근 우상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발언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추 대표 취임 이후 당내에서는 김종인-우상호 체제 때보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문제는 추 대표의 '실점'이 개인적 차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제1야당 대표의 '오판'이 최순실 파문 국면에서 민주당의 향후 운신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0만 촛불'을 거치면서 민의(民意)가 박 대통령 퇴진 쪽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이를 대변해야할 제1야당의 위상과 역할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추 대표가 당 안팎에서 위기에 처할 조짐이 보이자 전당대회 당시 추 대표를 지지했던 친문(친문재인) 세력도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당내 일각에서 이번 영수회담 제안이 문재인 전 대표와 교감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관련해 문 전 대표는 사전에 연락받거나 협의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회담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 문 전 대표 측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