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대장노릇"·"우리가 돌팔매 맞을 것" 십자포화…"자격 없다" 비판
일각서 "엎질러진 물" 옹호에도 의원들 "신문에 나기위해 가냐" 격앙
다른 야당·시민단체도 '경고'…"돌출·조급 실수" "결정 비선 누구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전격적으로 꺼내든 '단독 영수회담' 카드를 결국 철회했다.

야권 공조의 균열과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당 소속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추 대표는 그야말로 십자포화를 맞았다.

다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 대표에 대한 작심 비판이 쏟아졌고, 뒤늦게라도 제안을 번복해야 한다며 추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의총은 이날 오후 4시부터 7시30분까지 진행됐다.

결국 추 대표가 철회 결정을 내리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영수회담 제안은 불과 12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날 민주당은 추 대표의 영수회담 돌발 제안을 두고 종일 벌집을 쑤신 듯 어수선했다.

추 대표는 오전만 해도 "제1야당 대표가 가만히 있으면 되겠나"라고 이번 영수회담 추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느닷없이 소식을 접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이익을 계산한 것이라는 비난 여론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오찬에서도,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모임에서도 "왜 꼭 자신이 대표로 가겠다고 고집하느냐", "광을 내러 간다는 거냐"며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당에서 추 대표의 제안을 비판하고 나서자 민주당 내 반대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오후 의총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한 집중 성토가 이어졌다.

이언주 의원은 "영수회담을 하려면 적어도 당의 입장을 '퇴진요구'로 명확히 정하고, 야권 공조 하에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의 대책으로 탄핵 가결 정족수인 200명 의원의 퇴진 찬성 명단을 확보하고 만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싸울 때는 뒤에 숨어있다가 100만 촛불로 민심이 결집하니 돌연 대장노릇을 하려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노웅래 의원도 "지금 영수회담을 하면 국면이 바뀐다"며 "그리고 민주당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데, 무슨 대표성을 갖고 만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강창일 의원도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은 추 대표의 실수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제안이었다"며 "가서 악수하려는 것인가, 신문에 크게 나려는 것인가.

돌출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복수의 의원들은 "오히려 다음 집회에서 민주당이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의견을 냈다.

이상민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야당공조를 깨는 것이고, 정치도의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시민들로부터 배척당하고 부패세력 앞에서 전열만 흐트러질 것이다.

어쭙잖게 민심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호된 회초리는 우리를 내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꼭 회담을 하려면 세 야당이 함께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추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유승희 의원은 당헌·당규를 제시하면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치게 돼 있는데 그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한정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서 "추 대표가 졸속·조급 결정하는 실수를 범했다"며 "박근혜 퇴진이라는 흐름은 쿠데타나 계엄, 잔머리, 꼼수로도 못 막을 것"이라고 했다.

의총 중에는 "이런 결정을 내린 추 대표의 '비선'이 누구인가", "비상상황에 대응할 별도의 기구가 필요한 것 아니냐"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이나 전해철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부는 "이미 결정된 것을 어떻게 하겠나"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지만, 의원들의 반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의총 중간에는 함세웅 신부가 추 대표와 면담하면서 "야3당이 조율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당부하는 등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부담이 됐다.

촛불집회 추죄 단체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도 이날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왜 지금 정권에 시간이나 벌어주는 일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각종 '설'들이 돌아다닌 것도 지도부를 압박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의 경우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와 사전 교감을 이룬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4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친문(친문재인) 라인 아이들 몇몇이 잔머리를 굴려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모바일 메신저에는 "여권이 개헌정국으로 몰고 가려 하는데, 추 대표는 영수회담 결렬을 계기로 퇴진운동에 돌입해 개헌정국을 봉쇄하려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 내에 개헌론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돌아다녔다.

결국 추 대표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서 최고위원회를 소집했고, 1시간 가령의 최고위를 마치고 돌아와 의총장에서 "의원들의 총의와 시민사회 원로의 뜻을 존중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추 대표는 의총 후 국회를 떠나면서 기자들을 만나 "애초에는 촛불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제1야당 대표로서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며 "의총에서 (의원들이) 철회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줬고, 그런 뜻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