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선 후퇴→과도내각 구성→조기 대선…혼란 줄일 '질서 있는 퇴진' 공감대 확산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하야, 탄핵 등 다양한 정국 수습 방안이 14일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2018년 2월25일까지로 돼 있는 박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야 시기와 관련, ‘질서 있는 퇴진’에 무게가 실렸다.

‘질서 있는 퇴진’은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는 대신 과도내각을 세운 뒤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양하고 일정 기간 뒤 퇴진하는 것이다. 조기 대선 스케줄을 마련하는 방안까지 포함된다.

즉각 하야로 발생하는 정치적 혼란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하면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각 당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과 공식 선거운동 기간(23일) 등 대선 일정이 촉박할 수밖에 없어 정국에 일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각 당은 경선 룰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후보 검증과 정책 대결의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질서 있는 퇴진은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조기 퇴진 일정을 발표해야 가능하다. 이후 과도내각이 출범하고, 구체적인 대선 일정을 확정한다. 모든 일정이 순조롭다면 박 대통령은 내년 3, 4월께 물러나고 5, 6월께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과도내각은 한시적으로 국정을 관할하면서 대선을 관리한다. 정치 일정이 가시화하면 비교적 안정된 권력 이양이 가능하다. 국민들도 향후 정치 일정을 투명하게 알게 돼 국정 불안감을 덜 수 있다. 과도내각 주도로 개헌을 한 뒤 조기 대선을 치르자는 주장도 있다. 거국중립내각 총리가 현 정부 남은 임기까지 약 1년3개월 동안 국정을 이끌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질서 있는 퇴진’에 무게를 싣는다.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면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대선주자로 밀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말까지인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해 대선에 출마하는 게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선거일 24일 전까지 대선 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데 12월31일까지인 유엔 사무총장 임기와 겹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즉각 퇴진은 친박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국의 유일한 해법은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여야가 추천한 총리에게 넘긴 다음 적절한 시기에 새 대통령을 뽑는 길 외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국민의 명령에 따라서 ‘안정적 하야’,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변수다. 수사 결과 박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나올 경우 국회는 탄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주류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나 퇴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야당도 탄핵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