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참고인 조사 결과에 위법 적시되면 국회 발의 가능
"헌재 결정은 법적 판단 외에 '국민통합'도 염두에 둘 것"
盧 탄핵 사태, 선관위 결정 9일만에 국회 통과…2개월후 헌재 기각

여야 정치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적 요건의 '경계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헌법(65조)에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만큼 어느 시점부터 탄핵안 발의가 가능한지, 또 헌법재판소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최근 검찰수사 진행 상황 등으로 미뤄 야당이 나설 경우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는 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법조계 출신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로 줄줄이 구속된 것만으로 탄핵안 발의를 위한 요건은 충족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무성 전 대표도 전날 "헌법의 최종적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위배했기 때문에 탄핵 추진의 법률적 요건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검찰이 박 대통령의 법 위반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탄핵안 발의는 무리라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최소한 '국정농단 주범'으로 꼽히는 최순실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공모'가 적시되거나 검찰의 박 대통령 참고인 조사 이후 결과 발표에서 불법 사실을 인정할 만한 표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 공소장은 중대변수"라며 "교사범, 공동정범으로서 대통령의 범죄가 적시된다면 국회는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탄핵이라는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 전 대통령의 총선 관련 발언에 대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린 게 탄핵안 발의의 계기가 됐듯 이번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사법당국의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탄핵안이 발의돼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헌재가 탄핵심판을 할 때 실정법 위반만을 판단 근거로 삼지 않기 때문에 설령 검찰에서 위법 사실을 적시하고,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에도 헌재는 선거법 중립의무 조항과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대통령을 파면시킬 만한 '중대한 직무상 위배'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여권 관계자는 "헌재는 탄핵으로 인해 국민의 대립과 반목, 사회불안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인 판단 기준도 갖고 있다"면서 "국민통합을 염두에 둔 판단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법 위반이 탄핵 인용의 '경계선'이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정치적 탄핵의 성격이 짙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권력과 돈이 연계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편, 정치권이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경우 얼마나 빨리 최종 결론이 날지도 관심거리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04년에는 3월 3일 중앙선관위의 위법 결정 이후 엿새만인 같은달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사흘뒤인 1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헌재는 2개월여의 조사와 심의를 거쳐 5월 14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