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대표, 탄핵 주장…나경원 "野, 차라리 탄핵절차 진행해야"
민주·국민의당 내부서도 탄핵론 솔솔…정의당 "탄핵검토위 구성해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전날 서울 도심 한복판에 모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친 '100만 촛불'의 민심을 확인한 데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을 정치적으로 결단할 조짐이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탄핵론이 '역풍'을 우려해서 공개 거론을 꺼리던 야권 일각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비주류 내에서까지 제기되면서 새 국면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다만 여당에서 제기되는 탄핵론은 '하야'라는 절차가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 한 가능하지 않은 만큼 헌법적 절차에 따라 푸는 해법이라는 점에서 수단으로 제기되고 있고, 야당에서는 현 단계로서는 대통령의 '2선 후퇴' '퇴진' '하야' 등을 촉구하는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새누리당 '잠룡'인 김무성 전 대표는 13일 당 비주류가 주최한 비상시국회의에서 "사태가 심각하고 수습이 어려운 이유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께서 헌법 위배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 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처음인데다, 차기 대권후보이자 전직 당 대표가 제기했다는 측면에서 정치권에선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졌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탄핵 발언 배경에 대해 "국가는 헌법에 의해서 운영돼야 한다.

특히 대통령과 관련된 일은 헌법에 입각해서 해야 하는데 하야라는 말은 법적으로 용어가 없는 것"이라고 "때문에 탄핵 발언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야당이 지금 중구난방, 주먹구구의 이야기하고 있다.

하야, 2선 후퇴, 탄핵 등 야당이 주장을 확실히 해야 하고, 헌법적 질서 절차 안에서 요구해야 한다"면서 "헌법상 탄핵요건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의견 모아서 탄핵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공개 주장했고, 이날 회의에서도 사실상 하야를 요구했다.

검찰 조사 등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탄핵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여당내에서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잠룡' 중 한 명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의 탄핵 주장에 대해 "저는 동의하진 않는다"면서 "일단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탄핵의 현실적 가능성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던게 사실이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요건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최소 200명의 의원들이 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소속까지 모두 합친 야당 의석이 171석에 그쳐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여당 의원들이 최소한 29명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상황 변화가 탄핵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내 비주류에서도 탄핵 동조의 목소리가 커지면, 탄핵소추안의 처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도 탄핵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일부 중진들이 탄핵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대표는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손으로 헌법이 대통령께 드린 권한을 돌려받는 절차가 남았을 뿐"이라고 사실상 탄핵절차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은 중대변수"라며 "교사범, 공동정범으로서 대통령의 범죄가 적시된다면 국회는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탄핵이라는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당론을 '박 대통령 퇴진'으로 정한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탄핵 요구가 비등했다.

조배숙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헌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으로 국회가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유성엽 의원도 "박 대통령이 퇴진 요구를 끝내 따르지 않으면 지체 없이 국정조사와 동시에 불가피하게 탄핵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하야를 주장해온 정의당은 탄핵으로 주장의 강도를 높였다.

심상정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가진 탄핵소추권의 진정한 행사권자는 국민이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소추는 신중하고 엄정해야 한다"면서 "실제 탄핵소추 발의에 앞서 법적·정치적 제반 사항을 준비 및 점검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검토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기구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