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됩니까.”

청와대 참모들은 13일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수습책을 내놔도 성난 민심의 파고에 휩쓸려갈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전원이 출근해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전날 광화문 촛불시위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6월 항쟁’ 이후 최대 시위가 벌어진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3당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국을 풀어갈 방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참모는 “무엇을 내놔도 야당이 거부할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참모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의 탈당, 거국중립내각 구성,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 이양 등 다양한 해법이 거론됐지만 최종 결론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헌정중단 조치는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참모는 “촛불시위를 보면 국민들의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지혜도 필요하다”며 “대통령도 하야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연국 대변인이 이날 “대통령께서는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대통령이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야당과의 대화’ ‘총리에게 권한 대폭 이양’ ‘탈당’ 등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밤늦게까지 관저에서 집회 관련 내용을 계속 보고받으면서 상황을 챙겨봤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시위대가 청와대 인근 800m까지 행진을 벌이면서 청와대 경내에까지 시위대의 함성과 구호가 들렸다. 참모들은 전날 밤 12시까지 시위 상황을 지켜본 뒤 이날에도 오전 일찍 출근해 수석실별로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