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4번째 군사행보…韓 혼란·美 정권교체기 틈타 대남압박 행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서해 최전방 서북도서 전초기지를 비롯한 군부대를 잇따라 방문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이 연평도에서 서북쪽으로 4.5㎞ 떨어진 갈리도 전초기지와 북동쪽으로 6.5㎞ 지점에 있는 장재도 방어대를 잇달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군사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달 들어 벌써 4번째다.

김정은은 한국 정부·군 요직자 제거를 위한 특수작전 대대를 시찰했다는 소식이 이달 4일 북한 매체에 보도된 이후 제1344군부대 관하 구분대(9일 보도)에 이어 서해 백령도에 근접한 마합도의 포병부대(11일 보도)를 찾았다.

지난달 공개 활동이 비교적 뜸했던 김정은이 최근 집중적으로 군부대를 방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11월 시작되는 동계훈련에 맞춰 군의 사기를 진작하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마합도와 갈리도·장재도 등 남북이 대치하는 서해 최전방을 방문지로 택한 데는 최순실 파문에 따른 한국의 국내정치적 혼란상황과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틈 타 존재감을 과시하고 대남 압박·위협을 강화하려는 노림수가 깔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 억지력뿐 아니라 재래식 억지력 차원에서의 대남 위협을 통해 우리 대북정책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며 "한국 내 혼란을 틈타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평도를 코앞에 둔 김정은의 이번 갈리도·장재도 시찰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23일) 6주기를 앞두고 이뤄져 위협 강도를 더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갈리도에 122㎜ 방사포를 배치하고 사격 진지를 새로 구축한 이후 김정은이 이곳을 찾은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찰이 실제 국지도발의 전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의 잇따른 군부대 시찰을 통해 '애민 지도자' 면모도 적극적으로 부각하는 모양새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군 시찰 보도에서 김정은이 군인들의 식사 등 생활여건을 세심하게 챙겼다고 반복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번 갈리도·장재도 방문을 위해 김정은이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사진을 게재했으며, 지난번 장재도 방문 당시 만났던 어린아이를 다시 알아보고 '살뜰히 두 볼을 어루만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동엽 교수는 이런 보도에 대해 "군의 사기진작뿐 아니라 인민들을 염두에 둔 내부 결속의 복합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