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여야 의원외교단 출국…하스 美외교협회장 면담

정치권이 '트럼프 인맥' 찾기에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여파로 정국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당 차원의 외교를 통해 트럼프 측과 나름대로의 '네트워킹'을 구축해야 한다는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실 산하 동북아평화협력 의원외교단(단장 정동영 의원)은 오는 14일 3박5일 일정으로 방미 길에 오른다.

방문단에는 단장인 정 의원을 포함해 새누리당 정병국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 등 5명이 동행한다.

방문의 주요일정에는 리차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과의 면담이 포함돼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통'으로 알려진 하스 회장은 신임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몸값 높은 하스 회장과의 면담이 성사되기까지는 19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나 의원의 물밑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방문단은 상·하원 의장과의 면담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단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여겨지는 만큼 국내 정치권 거의 연이 없는 상황이어서 '맨땅에 헤딩'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만남의 기회를 통해 긴밀한 친분을 쌓고 정책적인 공감대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인수위팀의 외교·안보 진용이 꾸려지기까지 길게는 6개월 가량이 소요된다"면서 "그 사이 의회 차원의 친분을 강화해 우리 입장을 최대한 전달하자는 게 이번 방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방문단은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기간 언급한 바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철수 검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 분담 등의 안보 현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또한 미국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박명재 사무총장을 필두로 10명 내외의 의원단이 미국 현지 추수감사절 연휴(11월 셋째 주 주말)를 이용해 방문하는 일정이 유력해 보인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은 구상을 밝혔으며, 이정현 대표와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단에는 20대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과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원유철 윤영석 의원, 나경원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전 세계 보수민주정당 연합체인 국제민주연합(IDU) 부의장 자격으로 지난 7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참관한 바 있는 김세연 의원 등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도 최순실 정국 등의 상황을 봐가며 미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방문 계획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당 관계자는 "행정부가 빈틈없는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불안한 정국상황을 고려할 때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럴 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또한 집권여당의 역할이 아니겠느냐"고 검토 취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