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체제' 한계에는 공감대…수습책은 의견 갈려
관건은 인물 영입…일각선 潘 총장 귀국시점과 연관짓기도


'최순실 사태'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힌 새누리호(號)가 향후 항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청 지지율의 동반 추락과 비주류 의원들의 반기로 '선장'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은 사실상 바닥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 대표 체제가 한계를 맞았다는 견해에는 당내 대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스스로 고백했듯이 그의 퇴진은 시기의 문제일 뿐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이 대표의 퇴진 이후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상황 판단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누가 당의 쇄신을 끌어가야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주목할 점은 최근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의견이 모인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친박 의원들은 이구동성이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기 전대로 뽑는 당 대표의 지도 아래 당의 색깔부터 모든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되면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물러나고, 곧바로 전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앞으로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거쳐 거국내각 구성을 완료하려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는 가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까지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곧바로 전대로 돌입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현행 당헌·당규를 개정, 차기 당 대표가 충분한 개혁 동력을 확보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차기 전대에서 친박계는 일절 손을 뗄 것"이라며 "김무성이든, 유승민이든 누가 되든 당 대표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이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오래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당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채 분란만 거듭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칫 비박(비박근혜) 성향이 강한 인사가 장악한 비대위가 들어설 경우 친박계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는 비대위 체제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해체 후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이뤄내려면 과도기적인 비대위가 적절하다는 게 비주류의 시각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조기 전대는 아니다"라며 "일단 비대위로 가야 되고, 전대는 그 뒤에 하든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는 지난 8·9 전대에서 두 차례의 후보 단일화와 김 전 대표 등의 지원 사격에도 친박계가 내세운 이 대표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정치적 상황은 당시와 판이해졌지만, 조기 전대는 친박계의 전통적인 지지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양석 의원은 "조기 전대론은 바꿔 말하면 친박계의 자리 욕심"이라며 "지도부가 즉각 사퇴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간판'을 누구로 거느냐가 관건이다.

일부 비박계 의원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꼽기도 했다.

조기 전대론과 비대위 전환 주장이 부딪히는 지점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는 문제도 걸려 있다.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을 예고한 상태다.

친박계가 주장하는 조기 전대의 실시 시기와 묘하게 맞물린다.

반 총장이 직접 당권에 도전하거나, 반 총장이 당 밖에 머무르다가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드는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