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왕당파·김무성·정진석·유승민 각자 도생
최순실 사태에 차별화 행보…대선까지 무한경쟁


새누리당의 계파정치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2007년 대선경선 이후 형성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의 대결구도가 허물어지고 여러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극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 같은 권력재편 흐름은 '최순실 파문'으로 당내 구심력이 약화된데 따른 것이다.

4·13 총선 완패로 타격을 입은 여권에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문이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잠재적 대권주자군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속절없이 떨어져 구심점이 될 만한 세력이 보이지 않는 것.

이에 따라 당내 세력 분포는 과거처럼 1∼2명의 유력 주자를 중심으로 한 '친○'류의 계파보다는 다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최근 최순실 사태로 코너로 몰리기는 했지만 친박(친박근혜)계가 '왕당파'로서 여전히 건재하다.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당 최고위를 장악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사퇴 압박을 받고는 있지만 친박계 맏형 격으로서 제20대 국회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이 물밑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곧 재선을 중심으로 사태 수습을 위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며, 초선까지 확대하면 80명가량은 된다"고 귀띔했다.

실제 상임위 간사로서 국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친박계 재선으로는 김진태 김태흠 박대출 염동열 윤영석 윤재옥 이우현 이채익 의원 등이 포진해 친박계의 바람막이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두 차례의 대통령 사과와 '국회 추천 총리' 수용으로 사태 수습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판단아래 보수 결집을 통한 반전을 노리는 분위기다.

현 지도 체제에서 수습을 지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맞서 통칭 비박계로 분류되는 비주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세분화 하고 있다.

최대 세력은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그룹이다.

일부 친박 의원들도 이탈해 여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부터 2년간 당 대표로서 세력을 구축했으며, 최근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강석호 의원,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학용 의원이나 김성태 의원 등 3선 그룹이 주축이다.

또 김 전 대표가 공천 혁신방안으로 추진했던 오픈 프라이머리를 지지했던 서울·수도권과 부산 의원들이 친박 왕당파의 대항마로서 가장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박 대통령의 탈당은 물론 이를 거부할 경우 출당까지 거론하고, 친박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야당에 버금가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분권형 개헌을 소신으로 갖고 있는 김 전 대표는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전개되면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에 있는 범여권과 야당 세력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의 '투톱'으로서 충청권에 기반을 둔 정진석 원내대표도 대안세력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탈당에 대한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어 김 전 대표와도 결이 다르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언론사 워싱턴 특파원 시절부터 개인적 친분을 쌓아 왔기 때문에 반 총장이 내년 1월 중순 이전 귀국해 대권 행보를 시작하면 여당 내 강력한 원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 원내대표는 미국 방문 중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메시지를 반 총장에게 전달하며 반 총장과 가깝다는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현재 김명연 원대수석대변인을 포함해 자신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며 인선한 원내부대표단이 측근 그룹이다.

마지막으로는 유승민 의원이 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총선에서는 탈당까지 했지만 오히려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원내대표 시절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유 의원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야당이 더 큰 박수를 보냈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보수 색채가 강해 양대 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다만 총선 과정에서 그의 주요 지지 그룹이 공천에 탈락하면서 지금은 단기필마나 다름없다.

주로 대학을 순회하며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강연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김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내 대권 주자들이 긴급 회동을 열어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을 때 유 의원도 참석 권유를 받았으나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평가하며 다른 대권 주자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