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철 오신환 등 '민심 읽기' 차원 집회 참여
"결단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2일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개인 차원에서 참여했다.

이들 의원은 주로 '진정모(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 소속 등 당내에서 비교적 개혁 성향이 강한 초·재선 의원들이다.

이들 의원은 집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봤을 뿐,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 앞에 나서 공개발언을 하거나 정권퇴진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다.

'촛불 민심'이 새누리당에 적대적인 데다, 여당 의원으로서 '대통령 하야'를 드러내놓고 요구하기는 곤란한 처지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 의원은 집회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민심을 읽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집회에 참여한 비박계의 황영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분노를 느꼈다"며 "준엄한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이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신환 의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의 행렬을 지켜보고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분노한 민심이 생생하게 전달됐다"며 "대통령이 하루빨리 모든 걸 내려놓고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을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몇몇 의원은 지난 두 차례 집회에도 '민심 읽기' 목적으로 참석한 바 있다.

당내 초선모임에서 한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 129명이 전원 집회에 참석하자"며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철우 의원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5일 광화문 현장에 가족과 함께 갔다"며 "자발적으로 나오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국민의 마음이 많이 흔들리는구나'라는 생각에 정치권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들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운집한 이날 집회 현장에서 보고들은 '촛불 민심'을 오는 13일 열리는 '비상시국회의'에도 전달할 계획이다.

주로 비주류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박 대통령의 거취 등 정국의 수습방안과 지도부 퇴진을 비롯한 당 혁신 방안이 주요 의제다.

김현아 의원은 "총선에서 떨어진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이번 사태로 더욱 심란해 하고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다"며 "국회에서 보는 민심과 밖에서 보는 민심은 분명히 다른 만큼, 진정성 있는 혁신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