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광화문 인근 도심 총집결…'전면적 정권퇴진 운동' 경고
與 "정치셈법 버리고 국정안정 도모해야"…내일 비상시국회의
靑, 비상근무 속 '촉각'…내주 후속대책 발표 고심

서울 광화문과 서울 시청앞 광장 일대에서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수십만의 인파가 몰리면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일대 분수령을 맞는 형국이다.

두 차례의 대국민 사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5%에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국정농단' 의혹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이에 분노한 촛불민심이 주말 도심을 가득 채우면서 현 집권세력의 국정 동력은 심각한 위협을 받는 양상이다.

특히 야 3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차기 대선주자들까지 대거 거리로 나서고,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에서 조직적인 정권퇴진 궐기 조짐까지 보이면서 연말 정국이 최악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권이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 논의를 통해 하루빨리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이 이를 거부하는 가운데 여당은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내홍 양상까지 보이면서 해법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다음주 중에 국정 조기 정상화를 위한 후속 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국의 향배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 지도부는 물론 문재인 전 대표,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대선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를 열고 정권 퇴진운동을 경고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다면 전면적으로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며 "국민과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력을 회수하는 국민주권확립운동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청계광장에서 당원보고대회를 열고 정권퇴진을 촉구했으며, 안철수 전 상임대표는 시민들을 상대로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을 벌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즉각 퇴진하라"면서 "대통령이 애국의 결단을 하면 국민도 각자 생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늘 촛불집회가 마지막 집회가 될 수 있도록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무릎을 꿇는 심정으로 촛불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면서 국정이 하루빨리 정상화하길 바라는 국민의 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정치적 셈법을 버리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금은 내우외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국가의 총체적 위기"라면서 "촛불집회 이후 국회에서 정치의 역할을 깊이 고민하면서 난국 수습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야권에 당부했다.

염 수석대변인은 그러나 야당이 이날 장외투쟁에 나선 데 대해서는 "거리에서 대통령 하야 압박을 키워가는 것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정국에서 국민 불안과 혼란만 가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도심 집회에는 새누리당의 일부 비주류 의원들도 개인 자격으로 일부 모습을 나타냈으며, 이들은 오는 13일로 예정된 비상시국회의에서 현장의 민심 동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이 주축을 이룬 당 지도부도 같은날 비상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이 전원 출근,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면서 시위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특히 법원이 이날 청와대를 목전에 둔 율곡로 행진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함에 따라 일부 시위대가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시도할 경우 만일의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참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준엄한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겸허한 자세로 민심을 듣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들끓는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음에도 여론이 꿈쩍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다음주중 내놓을 후속조치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홍정규 임형섭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