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21%로 6개월 연속 선두…최순실 사태속 6%포인트 급락
文, 19%로 바짝 추격…안철수 10%·이재명 8%·손학규 6%·유승민 4%
潘·文·安 3자 가상대결 구도에선 文 33%로 潘 32% 오차범위 앞서


고공비행을 이어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주자 지지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주춤거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11일 발표한 월례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21%의 지지율을 기록해 6개월 연속 선두를 수성했다.

다만 반 총장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6%포인트나 급락하면서 2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19%)를 오차범위(±3.1%포인트) 내인 2%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반 총장은 지난 6월 처음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 포함된 이후 줄곧 20%대 후반의 지지율로 1위를 질주해왔다.

이는 반 총장이 범여권 주자, 특히 친박(친박근혜)계가 측면 지원하는 잠룡이라는 인식이 대체로 굳어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 주류인 친박계가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친박 주자로 인식돼온 반 총장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갤럽은 "반 총장은 현재 당적이 없지만 새누리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하고 있어 사실상 여권의 유력후보로 분류된다"면서 "그러나 최근 최순실 파문을 맞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하는 등 여권의 와해가 반 총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0일 발표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20.8%,로, 17.7%를 기록한 반 총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주째 반 총장을 앞질러 선두를 유지했다.

다만 반 총장이 국제기구 수장으로서의 세계적 명망성과 화려하고 안정된 경륜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최순실 사태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크게 흔들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서 엘리트 외교관 출신인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이날 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달과 비교해 오차범위인 1%포인트 상승했지만, 최순실 사태라는 극적인 호재가 있었다는 점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5%포인트 급등한 31%까지 치솟으며 새누리당(17%)을 배 가까이 따돌린 점을 고려하면, 문 전 대표의 제자리 걸음은 비교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역시 지난달보다 1%포인트 오른 10%로 3위에 머물면서 이번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을 크게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기초단체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달보다 3%포인트나 폭등한 8%를 기록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치고 4위로 뛰어올라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이 6%를 기록하며 박 시장과 동률을 이뤘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시장과 손 전 고문의 약진을 두고 기정 정치와 기득권 세력에 도전하는 이미지를 갖춘 트럼프 당선인의 성공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대권 주자 중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4%로 가장 높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은 반 총장(51%)을, 민주당 지지층은 문 전 대표(41%)를, 국민의당 지지층은 안 전 대표(37%)를, 무당층은 반 총장(22%)을 가장 많이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갤럽이 내년 대선에 반 총장과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 등 3명만 출마한 것으로 가정하고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문 전 대표가 33%로 반 총장(32%)을 오차 범위에서 앞섰다.

안 전 대표는 17%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 68%는 문 전 대표, 새누리당 지지층 73%는 반 총장, 국민의당 지지층 66%는 안 전 대표를 선호했다.

무당층은 반 총장 37%, 문 전 대표 17%, 안 전 대표 11%, '선호 후보 없음' 36%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8~10일 남녀 유권자 1천3명을 상대로 진행됐고 신뢰 수준은 95%±3.1%포인트(한국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