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압박·한미동맹 중요성 트럼프 측에 신속 설명 필요성 부상
트럼프와 상대적으로 접촉면 좁은 데다 정상외교 공백도 우려 요인


'최순실 수렁'에 빠진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대형 외부 변수에 직면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에 공감을 유도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 앞에서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사이의 통화를 통해 미국의 한국 방어 공약과 한미동맹 강화 약속을 확인받았다.

일단 신속하게 첫 소통을 한 것은 일단 긍정적인 일로 평가된다.

또 외교부는 이날 트럼프 진영에 공을 들여왔다고 소개하면서 미국 새 정부와의 외교적 공조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조준혁 대변인은 "그간 미국 대선에 대비해 트럼프 캠프 및 공화당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아웃리치(접근) 활동을 전개하고, 대선 직후 후속조치에 대비하는 등 트럼프 새 행정부에서의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사전에 수립한 구체적 행동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간의 이날 통화에 대해 "트럼프 캠프 측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서 한미 동맹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의 새 행정부하에서 (중략) 한·미의 강력한 대북제재·압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지속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북핵 및 미사일 문제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북한의 핵 개발은 잠재적으로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을 표명한 바 있다"며 정책 조율에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또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 및 외교·안보팀 구성 과정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바탕으로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이를 위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정권교체후에도 대북 기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시절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거론한 점 등에 주목, 한미공조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가 클린턴 후보 진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호 이해의 깊이가 낮았던 트럼프 진영과 신속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북한 핵무기의 실전배치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에서 현재의 한미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제재와 압박 기조를 미국 정권교체 후에도 유지하려면 트럼프 진영에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신속히 알려야 할 상황인 것이다.

또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트럼프 측에 설명함으로써 내년 미국 새 정부 출범 후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가 돌출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그런 터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위기에 빠진 현 상황은 우려를 키운다.

19일 페루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박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진 정상외교의 공백 우려는 트럼프를 상대로 한 시급한 외교 수요에 비춰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17일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로 한 것은 우리 정부로선 조바심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