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김무성 전 대표 향해 "발언 조심하라"
비박 강석호 "지도부 인정 못해 새집 지어야"


비주류의 사퇴요구에 공개적 대응을 자제했던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주류가 공세적으로 자세를 전환하면서 계파간 갈등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를 찾아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게 그 계기다.

박 대통령이 '할 만큼 했다'고 판단한 주류 측에서는 야당이 총리 추천을 거부하는 와중에 당내 비주류가 지도부 사퇴를 거듭 압박하며 세결집을 시도하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외교·안보·경제 등 한·미관계의 전반적 분야에 예기치 못한 변화가 불거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자 국정공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주류 측은 현 지도부가 현 사태를 수습한 뒤 거취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지도부 사퇴를 사태수습의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대통령의 탈당, 출당 조치까지 가능하다고 한 발언은 국민은 물론 당원의 동의도 얻기가 어렵다"면서 "발언을 조심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조 최고위원은 "비주류의 여러 행동이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면서 "구국, 구당의 중진협의체 구성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당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당을 가르고, 또 당을 더욱 어렵게 하는 발언들은 당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 당을 더욱 어렵게 한다"라면서 "당의 많은 지도자가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창수 최고위원도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의견을 함께 모으고 외교, 안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면서 "당내 정쟁은 중단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친박계는 재선 중심으로 이날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 모임을 갖고 비주류 공세에 맞서 진지를 갖추기 시작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비주류는 많아야 40명이지만 주류 측은 확실한 사람만 따져도 80명은 된다"고 분류했다.

반면, 당 지도부 사퇴를 넘어 박 대통령의 탈당까지 표면화한 비주류도 13일 비상시국회의를 준비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김무성 전 대표는 국회에서 자신이 이끄는 '격차해소 경제교실' 모임의 긴급 세미나를 열어 "국정공백과 국정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대국적 결단이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한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목소리를 따라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위기의 본질적 해결 방안을 도외시한 채 미온적, 대증적 요법으로 일관했다가는 퍼펙트 스톰으로 다가오는 경제, 안보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강석호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사퇴를 안하고, 또 사퇴하겠다는 최소한의 로드맵도 내놓지 않기 때문에 지도부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당명과 로고까지 바꾸고, 당의 뼈를 깎는 쇄신을 위해서 현재 집터에 새로운 집을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3일 비상시국회의에 대해서는 "재창당 수준으로 가자는 결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현혜란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