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를 찾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안희정에게 청년들의 미래를 묻다'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를 찾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안희정에게 청년들의 미래를 묻다'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민심의 바다에 탄핵당한 상태 인정하고 내려놔야"
대통령이 처신을 분명히 해줘야 국회서 책임총리 논의 가능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 여론과 관련, "뜨거운 국솥을 옮기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초청 특강에서 야권이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는 이유로 "탄핵이 겁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리더십 공백 상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이끌 것인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다"며 "뜨겁다고 (권력을) 내려놓으면 모든 사람이 다 덴다.

그런 마음으로 이 상황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피력해달라는 요청에 "오늘부터 영남대 학생들의 공식 대선 후보로 도전하겠다고 선언한다"고 화답해 갈채를 받았다.

그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낡은 시대 이데올로기와 지도력으로 21세기 국가와 주권자를 상대했기 때문에 태어난 것이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대구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하야나 사퇴, 탄핵은 국회 지도자들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다"며 "국가지도자들이 무겁게 처신해야 하며, 국정과 국민을 위기에 빠뜨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시국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 실망하고 한편으론 가슴 아파한다"며 "대통령이 지도력을 상실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자신이 민심의 바다에 탄핵당한 상태라고 인정하고,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지도자들도 헌법기관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국면 수습에 노력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정 표류를 막기 위한 특단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면담 결과에 대해 "대통령이 당황한 탓인지 일을 풀어나가는 순서가 많이 꼬였다"며 "전반적인 문제를 풀려면 대통령이 현 상황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테니 국회 지도자들이 상의해서 안을 내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무엇을 내려놓을지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 없이 내각을 통괄하라고 한다면 문제가 또 발생한다"며 "기존 틀 안에서 총리를 찾으라고 하면 국회 지도자들도 매우 어렵다"고 했다.

안 지사는 총리 후보 적합자를 묻는 말에는 구체적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책임총리 업무 범위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통령께서 자신의 위치와 처신을 분명히 해줘야 국회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밖에 개헌 논의에 대해선 프랑스 사례를 들며 "졸속으로 진행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시청 10층 대회의실에서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과 정부혁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최수호 기자 duck@yna.co.kr,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