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CAS 간담회 연설…"북, 인권개선을 김정은 체제 종말이라 우려"
"차기 美정부 출범초기 핵동결 전제로 대북 협상 시도 보고 싶다"


북한의 비핵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 협상은 북한의 핵무기를 정당화해주는 만큼, 그런 북한과의 협상에는 반대한다고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가 주장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8일(현지시간) 미국 정책연구기관 한미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 희망을 부숴야 한다. 다시 말해 핵동결이 비핵화로 가는 한 단계가 아니라면 (단지 대화를 위한) 핵동결에 합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그들(북한)은 미국과 미국 본토를 핵탄두가 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위협할 수 있을 때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얻으려고 추구하는 그(핵) 능력으로 인해 북한의 안보는 향상되기보다 치명적으로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갈루치 전 특사는 "예방전쟁(preventive war)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을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김정은이 (핵) 억지력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기보다는 자신의 핵무기 능력을 더 과신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 그는 "조기에 대화를 추구하기보다 대화에 적합한 심리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더 강한 제재를 추구하는 것이 더 신중하다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하며, "내 시각은 아니지만 다음 정부에서 일할 만한 사람들 사이에 그런 시각이 있고, 그런 시각은 고려하고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갈루치 특사는 "나는 다음 행정부 출범초기에, 아마 정책검토를 거친 후에 단 한 가지 조건을 전제로 북한과 협상을 위한 협상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 "그 조건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심지어 협상 준비단계에서부터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핵무기 (발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와 관련, 그는 "그들은 '인권 행태 개선'이라는 문구가 김정은 체제의 종말을 뜻하는 코드라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모면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나는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우리는 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 정치적 타결을 하지 못하면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면서 "그렇기에, 북한이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국제적 표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런 형태의 정치적 타결은 가능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그것은 미국식 스타일의 법치 민주주의를 북한에게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들의 전체주의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라며 "일정한 시간을 두고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뜻하며, 그것인 내가 생각하기에 현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1994년의 북미 간 '제네바 합의' 주역인 그는 지난달 21일부터 이틀간 말레이시아에서 한성렬 외무상 등 북측 대표단과 만났으며, 북측과의 협의 결과를 적절한 시기에 미 행정부와 차기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