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후보 추천 논란…복수추천 땐 후보자 찾기 난항 예상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에 새로운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앞으로 어떤 절차와 형식을 거쳐 총리 인선이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실질적으로' 총리를 뽑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국무총리는 헌법 제86조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에 따라 업무능력과 도덕성 등을 검증한 후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통해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

인준안 가결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다.

국회가 여야의 정치적 합의에 따라 새로운 총리를 추천하더라도 이 같은 헌법적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처럼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총리 후보를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대통령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총리 후보를 실질적으로 지명하고 대통령은 형식적인 지명권을 행사하는 구도로 바뀌게 된다.

이 경우 결국 국무총리 지명절차의 완성은 국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여야 동의'가 후보자 추천의 제1기준이 된다.

물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추천에 앞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능력과 신망, 도덕성을 갖춘 인물군에서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하기 전에 아예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의 헌법 권한을 훼손해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헌법을 해석해 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면서 "본회의 표결까지 거친다면 이는 이미 결정해서 대통령에게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요컨대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통해 국무총리를 추천할 수는 있어도 본회의 표결까지 마치고 대통령에게 임명토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여야가 합의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과연 몇 명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추천하느냐는 것이다.

가령 단수후보를 추천할 경우 국회에 추천을 요구한 대통령으로서는 거부할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 없이 지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경우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의회 권력 지형상 야당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되고, 새누리당은 추천 인물이 지나치게 당파성을 띄지 않도록 견제하는 소극적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야당으로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약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심각한 흠결이 발견될 경우 추천한 야당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우려해 2∼3명 정도의 복수후보를 추천하려 할 경우에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후보자들은 대통령 지명에 앞서 언론과 여론의 사전 검증에 그대로 노출되고 지명도 받지 못하는 부담감 때문에 고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후보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또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총리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