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제의…정 의장, 처음엔 先여야대표 회담 입장 고수
靑참모진, 심야 회의하며 朴대통령 메시지 논의…정진석 막후 조정
박지원, 청와대 공식발표 전 페이스북으로 먼저 공개


박근혜 대통령의 8일 국회 방문은 전날 저녁 청와대와 국회의장실 간 조율을 거쳐 전격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여야 지도부를 만나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담을 요청했으나 야당이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철회 및 국회추천 총리 수용을 요구하며 회담을 거부하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 비서실장은 7일 낮 정 의장을 예방한 뒤 저녁에 별도로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께서 내일 국회를 가시겠다고 한다"며 정 의장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이 "야당대표들하고 먼저 얘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선(先) 여야대표 회담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한광옥 실장이 국회 방문 의사를 굽히지 않자 정 의장이 이를 수용했다고 정 의장 측은 전했다.

정 의장 측은 "여야 영수회담 거부는 야당 입장이고 이번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이 정 의장 측에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의사를 밝힌 시점을 전후해서 청와대에서는 내부 회의가 긴박하게 이뤄졌다.

실제 정무·홍보 라인 등 청와대 주요 참모들은 밤늦게까지 정 의장과의 면담에서 내놓을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카드는 실무적으로는 이전부터 논의됐던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여야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겠다"고 밝혔으며 여야 대표회담 성사를 위해 한 실장 등이 조율하되 필요하면 박 대통령도 직접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청와대 참모들도 수차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대(對)국회 설득을 위해 박 대통령이 나서기로 방침을 세운 것은 청와대 참모 및 여당 등 다양한 채널에서 건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과 독대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에게 국회 방문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건의했다고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정 원내대표의 경우 이를 놓고 7일 정 의장도 만났다.

여당 지도부는 사전에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일정을 가장 먼저 공개한 것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다.

그는 청와대의 공식발표에 앞서 이날 아침 페이스북에 "국회의장실 통보에 의하면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10시 30분 의장실로 오셔 의장님을 방문하신다고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야당도 국회의장실 통보로 박 대통령의 방문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홍지인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