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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추천 총리' 野요구 수용…김병준 '책임총리' 지명 6일 만에 철회
국회 전격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 13분 면담…정국 분수령
"실질적 권한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전격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최순실 정국수습을 위해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해달라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참여정부 핵심인사였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책임총리'로 내정했으나, 지명 6일 만에 '김병준 총리' 카드를 사실상 철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추천 총리를 임명하고, 새로 임명하는 총리에게 내각 통할의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야당이 이를 수용하게 된다면 꼬일 대로 꼬인 최순실 정국을 푸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회동을 열어 박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추천 총리' 문제에 대한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다만, 야권 내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 및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데다 여야의 총리 합의 및 대통령 권한 행사 범위 등을 놓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정 의장측이 전했다.

청와대의 요청으로 성사된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은 회동은 이날 13분 동안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회동에서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오늘 이렇게 의장님을 만나 뵈러 왔다"며 "고견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어렵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또 내부적으로는 조선ㆍ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어려운 경제여건을 극복해서 경제를 살리고 서민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여여가 힘을 모으고 국회가 적극 나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정 의장은 "이런 때일수록 민심을 잘 받들어야 한다"며 "지난 주말에도 국민이 보여준 촛불 민심을 잘 수용해 이 위기를 극복해 다시 전화위복의 계기로 꼭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정국수습을 위해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인사를 총리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총리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책임총리를 통해 향후 정국수습을 수습해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국회추천 총리 수용 및 내각통할권 보장 의사를 공식화함에 따라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오늘 국회 방문은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면담을 위한 것이었다"며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은 추후 성사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