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받으려 하지 말고 대화·타협으로 점진적으로 받아내야"
"靑과 사전 교감 없다…나는 대통령과 같은 패키지 아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8일 "저를 끌어내리는 방법은 여야가 새로운 총리에 빨리 합의를 해서 제가 사라지게 하거나 대통령께서 지명철회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날 내정자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나 "자진사퇴는 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내정자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지명철회를 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명철회라는 단어를 쓴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박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한다고 말씀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이어 "(야당에서) 지명철회를 선결 조건이라고 말하는데 여야가 합의를 하면 저의 지위는 자연스럽게 소멸한다"며 "녹아 없어지는 얼음이다"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를 하지 않으면 국정 난맥상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야·청이 저의 존재로 인해 부담을 좀 느낀다"고 답했다.

김 내정자는 "내가 가진 유일한 카드는 내정자 신분이라는 사실"이라며 "이걸 갖고 여야의 합의 구도를 이룰 수 있도록 압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정치권을 상대로 "제발 협의 테이블에 나와라, 테이블에 나와서 선결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에 대한) 2선 후퇴를 이야기하는데 테이블에 들어가서 2선 후퇴를 하도록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서명권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라고 하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헌법적 의무 위반이고 그것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이어 "실질적으로 대통령으로부터 항복을 받으려 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점진적으로 받아내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가를 운영하면서 하나씩 주고받는 일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또 "정치인들이 시위에 나가서 같이 심정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플러스알파로 국민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합의를 해야 한다"며 "그게 프로정치인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집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여론을 모를 리가 없고 나름대로 읽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특히 "자진사퇴를 하지 않는 이유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치적인 야심이 있었다면 배지를 달아도 여러 번은 달았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김 내정자는 "제가 총리를 할 만한 아무런 이유도 없다"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도록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은 없었다.

만났으면 좋겠는데 같은 패키지로 묶일까봐 오해가 두렵다"며 "저는 대통령과 같은 패키지가 아니다.

대통령은 대통령 입장이 있고, 저는 제 입장이 있는데 마치 두 쪽이 협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그걸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출근하기 앞서 종편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진사퇴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