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국회 추천 총리' 인서 절차가 가시화됨에 따라 입법부 수장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 추천 총리는 여야 협의 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중재역을 정 의장이 맡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가 총리 후보를 복수로 추천할지, 단수로 추천할지는 미지수이지만 협의 과정에서 여야의 입장이 다를 수도 있고 충돌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조정하는 것도 정 의장의 몫이다.

야당의 반대로 여야 대표와의 회담이 무산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의장을 직접 찾아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정 의장이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이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국회가 적임자 추천을 하면 임명을 하고 권한을 부여하셔야 하고 차후 권한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책임 총리'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국회 추천 총리'에게 부여되는 권한의 범위가 분명히 규정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회 추천 총리' 논의과정에서 논란 쟁점이 될 수 있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회 추천 총리'를 인선하는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느냐는 정국 수습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곧바로 이날 오후 2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긴급 회동을 잡았다.

발 빠르게 '국회 추천 총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자리이다.

정 의장은 야당 출신이고,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협의 과정에서 정치력이 특히 요구되고 있다.

'친정'인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야권의 국민의당은 물론 개원 후 번번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다소 불편한 관계가 된 새누리당까지 한 테이블로 끌어내 새 총리 추천과 거국 중립 내각 구성 등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 의장도 총리 추천 등 현안에 대해 각 당의 협의가 우선이지만, 자신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동에서 정 의장은 박 대통령에게 "국회의 제 정당이 지혜를 모아 거국내각을 통한 위기극복을 해야 하고 정치문제는 의장단보다는 정당이 중심"이라며 "하지만 국가의 위기인 만큼 정당의 책임 있는 분들과 대화해서 지혜를 모으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리당략을 벗어나 정성을 들이고 마음을 비우고 국민과 국가만을 생각한다면 해법이 나올 것"이라며 "사심 없이 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정당 간에 싸울 수도 있고 청와대와 국회 간에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며 "힘들더라도 국민의 의견과 국회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처리로 국회가 파행하던 지난달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정 의장을 만나 악수를 하지 않은 채 "국회가 잘 좀 해달라"는 말만 건네고 정 의장은 "예 그래야죠"라고 답하는 등 두 사람은 다소 싸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이번 회동에서는 비교적 대화가 잘 이뤄진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