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이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정국 상황에 따라서는 조기 대선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각 후보 진영은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여권의 강력한 주자로 꼽혀 왔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지율이 급락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과 선을 긋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일어나면서 대선판이 혼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반 총장의 선택이다. 최순실 파문 이후 그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7일 리얼미터의 11월 1주차 대선주자 여론조사 주간집계(10월 31일~11월4일 19세 이상 2528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각각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주보다 0.6%포인트 오른 20.9%로 1위를 기록했다. 반 총장은 17.1%로 3주 연속 하락했다.

반 총장 측 관계자는 “반 총장이 내년 귀국 뒤 친박(친박근혜)계와 손을 잡는 시나리오는 이런 상황에서 어렵지 않겠나”고 말했다.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가 10일 예정된 창립대회 규모를 예정보다 크게 줄인 것은 여권 위기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반 총장의 제3지대 합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개헌을 고리로 힘을 합할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이 외교·안보를 맡는 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된다.

최근 반 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연대설이 나왔다. 김종필 전 총리(JP)가 연결고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 전 총리와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만찬을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반 총장과 안 전 대표 연대 가능성에 대해 “중도를 지향한다면 논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다른 제3지대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의 분당 여부도 대선판을 흔들 변수다. 내홍에 빠진 새누리당에서 비박(비박근혜)계의 탈당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들이 탈당하면 민주당보다는 제3세력과 손을 잡을 공산이 크다.

야권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지율 1위에 올라 최순실 파문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이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반 총장과 새누리당 탈당파가 제3지대로 나오고, 야권 후보들이 ‘반문재인’ 기치로 협공에 나서면 안갯속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