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에 차려진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에 차려진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걸림돌 될 이유 없어…좋은 난로 나오면 화로는 없어져"
野 김 내정자 지명철회ㆍ자진사퇴 요구에 조건부 입장 표명
"작은 난로가 돼 국정 기여하고파…스스로 물러날 수는 없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7일 "여·야·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 후보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다. 제가 걸림돌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총리 내정자 사무실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엄동설한에 작은 화로라도 한 번 되어볼까 하는 심정이다. 그렇지만 성능 좋은 난로가 나오면 화로는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 내정자는 "엄동설한에 작은 손난로라도 되고 싶다. 그런데 추위가 점점 강해진다"며 "추위가 온 것을 몰랐던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손난로라도 되고 싶은 심정을 놓을 수 있나. 크고 좋은 난로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이어 "봄이 오면 얼음은 녹아 없어진다. 그런데 얼음 때문에 봄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야권에서 김 내정자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여야가 청와대와의 합의로 새 총리 후보자를 추천한다면 총리 내정자에서 물러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는 물러날 수는 없다. 작은 난로라도 돼서 어지러운 국정에 어떤 형태로든 조금의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해진다"며 "어떤 역할 해야 하나 생각이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거취와 관련해 심경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일축한 뒤 "찬바람이 불기 때문에 나라도 나가야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라면서 "찬바람이 더 세게 불고 있는데 내가 어찌 스스로 거둬들일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4일 대국민담화 사과문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내용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책임총리 문제가 더 들어가고, 진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유감의 뜻이 담기면 좋겠다 했는데 그런 것이 없어서 왜 저게 빠졌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혹스러웠다"며 "좀 더 이야기를 해줬으면 훨씬 정국이 나아졌을 텐데 하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야권 인사를 직접 만나서 설득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설득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청와대나 여야가 할 문제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겠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답했다.

김 내정자는 TV조선과 전화인터뷰에서 "청문 서류를 (국회에) 내고 20일 뒤에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총리 후보자로서) 지위는 자동으로 소멸된다"며 "저 때문에 무엇을 못하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내정자는 또 JTBC에도 출연해 야당에 대해 "대통령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싶으면 여야협의체에 들어와서 대통령을 압박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건건마다 야당과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결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가 추천한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의 굿판 논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무슨 문제인지 봐야겠다"며 "10년 전 데리고 있던 공무원이어서 추천했다"고 밝혔다.

박 내정자는 명상을 통해 전생을 47회 체험했다는 내용 등을 기술한 저서와 도심에서 열린 굿판 공연에 참석한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