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이 총리에 권한 드렸다…김병준이 이미 표명"
野, 국정 주도권 놓지 않으려는 의도 비판도
영수회담 성사되면 거국내각 협의하고 권력분담 논의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문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내정자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총리 권한을 100% 행사하고 경제·사회 정책을 통할하겠다"면서 책임총리 역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만큼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이를 공식 보장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었다는게 관측으로 나왔었다.

김 내정자를 지명한 이후에도 '거국내각 구성', '하야 주장' 등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야권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이런 예상의 주요 이유였다.

특히 야당이 총리 내정과 관련해 사전에 협의는커녕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야당을 달래기 위한 '책임총리 보장'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야당이 책임총리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김 내정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자신은 사실상 2선으로 물러서 외교·안보에 주력하겠다고 공개 선언해야 정국 수습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만 언급, 야권에 국정 협조를 일방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대국민 담화 직후 "김병준 지명을 철회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반발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날 담화의 초점이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에 이어 다시 한 번 직접 사과하고 검찰 수사에도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데 있기 때문이라는 청와대 설명이다.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설명은 국민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검찰 수사 수용이라는 담화 주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담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담화 방점은 진솔한 사과와 그 다음에 특검까지도 받으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내정자와 충분히 협의해서 권한을 줬고, 김 내정자도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의지를 표명했으니 그걸 맞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면서 "당연히 지금 국정의 중심자로서 장관 임명과 해임 권한을 총리에게 준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 보장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전히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 문제를 다음 카드로 아껴놓고 있다가 조만간 꺼낼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박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이 성사되면 이 자리에서 책임총리와 거국내각, 권력분담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김 내정자 인준은 결국 국회의 뜻에 달린 문제인 만큼 대국민 사과 자리보다는 여야 대표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영수회담 조율이 늦어질 경우 박 대통령이 내주 공식 회의석상 등에서 김 내정자에 관한 언급을 직접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강병철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