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과 책임규명에 최대한 협조"…여야 영수회담 전격 제안
"책임총리제 이행은 김병준 총리내정자 통해 전달"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으로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를 하고 정국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내부문건이 최 씨에게 무더기로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열흘 만이다.

그 사이 박 대통령은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 참모 5명을 경질하고, 참여정부 정책 설계자였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책임총리'로 내정하고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등 인적 쇄신에 주력해왔다.

인적개편의 큰 틀을 새로 짠 박 대통령이 이번에 내놓은 카드는 진상규명에 대한 전적인 협조다.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은 물론 야당에서 요구하는 특검까지도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 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감수키로 한 것은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의 압박과 검찰의 수사 수위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정부 최저치인 5%까지 떨어지는 등 민심이반이 심화하고 있다.

앞서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응답이 70.4%나 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은 물론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의 일부 사업내용까지 챙겨봤다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져, 검찰 안팎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재단 자금출연 요청을 위한 박 대통령의 재벌총수 독대설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주말인 5일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울 도심 촛불집회를 앞두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였던 책임총리 보장과 책임총리에 대한 권한의 대폭적 위임 언급이 빠져 있는데 대해 비판적 여론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김병준 총리내정자와의 협의, 김 내정자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그 뜻을 전했으며,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여야 대표들과 회담을 제안해놓은 만큼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이행 의지를 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도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심 향배와 검찰 수사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거의 마지막 수순으로 '탈당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