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사드·한일군사정보협정·한일중 정상회의·위안부 등 줄줄이
윤병세 외교 "정상추진 적극 설명하라", 국제사회에 우려 차단 나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주요정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적극 설명하라"는 지시 전문을 재외공관에 내린 것은 최순실씨 비선실세·국정농단 파문이 외교·안보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1일 윤 장관이 전날 "정부는 북핵 문제 등 주요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시 전문을 전 재외공관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이번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자칫 상황관리에 실패할 경우 외교·안보 현안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동력이나 집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가시지 않고 있다.

외교·안보 현안이 정상궤도를 이탈할 경우 우리 국익은 물론 외교관계에서 치명적인 손실이 우려된다.

특히 핵심 현안의 관련국들은 우리 내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대응 및 대북제재
북핵 대응은 우리 외교는 물론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린 핵심 현안이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 제재 및 압박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워싱턴)나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도쿄), 한미 고위급 전략협의, 이날 개최된 한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등도 모두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이다.

특히 지난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와 우방국들과의 대북 독자제재는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핵심 우방인 미국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을 계기로 권력 이양기에 접어든다는 측면에서 핵심 당사자인 한국이 자칫 중심을 잃을 경우 대북 재재·압박의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북한에 오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북한이 최순실씨 파문에 대해 연일 비난 공세를 퍼부으며 흔들기에 나선 것도 대북 제재 등과 관련한 전략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이 남측의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핵·탄도미사일 등 전략적 도발이나 전술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북한 문제 등이 긴장을 키우는 가운데 한국 정치가 불안정해지는 사태는 아시아지역 전체의 우려"라고 논평했다.

◇사드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인 내년 말까지는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사드의 적시 배치를 위한 후속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혹시라도 이번 파문이 사드 배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드 배치가 차질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가 박근혜 정부 임기 종료 이후로 미뤄질 경우 배치 결정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열린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최순실 파문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드 배치를 지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인터넷 매체 펑파이), "사드의 미래도 짐작하기 어렵게 됐다"(인민일보 해외판)고 보도했다.

최순실 파문 와중에 한일 양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안보협력의 일환으로 지난달 27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4년전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무산됐던 GSOMIA 카드를 다시 꺼내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한일 양국은 논의 재개 발표 닷새만인 1일 도쿄에서 GSOMIA 체결을 위한 실무협의를 여는 등 발 빠른 후속조치에 나섰다.

정부가 GSOMIA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과거사와 독도 도발을 일삼는 일본에 대한 국민적 반발 정서에 따른 거센 논란이 잠재돼 있다.

최순실씨 파문으로 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흔들리는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GSOMIA 체결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중 정상회의
한국과 일본, 중국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2016년 연내 도쿄에서의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3국 간에는 현재도 관련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은 일중간의 신경전 와중에 중국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개최가 지연돼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순실씨 파문으로 일본과 중국이 한국의 의중을 살피는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순실 파문이 다소 진정되는 등 상황이 정리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의 무대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최순실씨 파문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 "우리측은 일본 측의 개최 제안에 대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오래전에 이미 전달한 바 있으며, 개최 시기와 관련해 현재 3국간 여러 레벨에서 계속 협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 28일에 타결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충실한 이행에 나서고 있다.

일본 측은 합의에 따라 정부예산 10억 엔을 출연했고, 합의에 기초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10억 엔을 바탕으로 현금 지급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후속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최순실씨 파문으로 위안부 합의 이행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섞인 시각이 특히 일본 측에서 표출되고 있다.

일본 측은 10억엔 출연으로 자신들의 임무는 끝났다는 입장과 함께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위한 한국 측의 역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일간 위안부 합의에는 소녀상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

우리 정부가 소녀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철거나 이전을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관련 단체와의 협의 노력은 하기로 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번 사태가 한일 간의 안보협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으며 일본 정부가 요구해 온 위안부 소녀상 이전이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에도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해 12월 28일 합의를 착실히 이행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계속 노력해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