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김 교수 영입에 수정 필요성"…박지원 체제 더 갈 가능성도
안철수, 2∼3일 의원들 잇따라 접촉해 의견 수렴


국민의당이 차기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 김병준 국민대 교수 카드를 사실상 접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하면서 김 교수를 유력 총리 후보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교수가 언론에 "(총리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오면 그때 입장을 밝히겠다"며 여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교수가 총리로 거론되는 데 대해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우리당이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해 수정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를 설득해 영입하는 데 앞장섰던 안철수 전 대표 측도 김 교수의 영입 작업을 중단하는 듯한 기류도 내비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김 교수의 상황에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김 교수의 결정을 존중하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면서 "나라가 비상상황인데, 마냥 우리 입장만 내세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거부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김 교수를 총리를 추천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김 교수는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나타나지 않아, 국민의당 입장에선 비대위원장으로 계속 밀기가 곤혹스런 상황이다.

여기에 안 전 대표가 김 교수의 영입에 부정적인 호남 중진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들어갔지만, 여의치 않은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당내에선 외부 영입 작업이 여의치 않자 호남 중진의원들은 안정적인 전당대회 관리를 명분으로 호남 중진 중 한 명을 선출하자는 목소리를 키우는 가운데, 안 전 대표가 막판에 김 교수를 추천하자 반발해왔다.

이들은 지난달 27일에 이어 31일에도 모임을 갖고 김 교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는 오는 2일에는 호남 중진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3일에는 초선의원들과 만나 차기 비대위원장과 정국 현안 대응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의 영입작업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차기 비대위원장 선출 구도가 오리무중 상황으로 변했다.

당장에 호남 중진의원들의 주장대로 호남 중진 비대위원장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 파문 정국을 고려해 박 비대위원장 체제가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비상시국에서 두어달 전대를 관리할 비대위원장 선출을 놓고 반목과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일단 지금은 박 비대위원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박수윤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