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대통령 위중함 느끼고 모든 것 내려놔야"
"최순실 사태로 개헌필요성 부각"…安 만남 계획엔 답변 안해


임형섭 이정현 =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손학규 전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추미애 대표와 조우했다.

지난 20일 손 전 대표가 탈당을 선언한 후 첫 만남이다.

추 대표와 손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해공 신익희 정신의 현재적 의미와 계승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추 대표가 한창 박차를 가하던 민주당 통합행보는 손 전 대표의 탈당으로 발목이 잡혔고, 이에 추 대표는 동반탈당한 이찬열 의원에게 "손 전 대표가 돌아올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내비친바 있다.

이날 만남은 추 대표가 먼저 토론회장에 나타나 주변 의원들과 환담을 하던 중에 손 전 대표가 곧이어 도착하면서 이뤄졌고, 둘은 악수를 나누며 짧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추 대표는 "지난번에 (탈당회견을 하러 국회에) 오셨는데, 왜 (저를 만나지 않고) 그냥 가셨느냐"는 말을 건넸고, 손 전 대표는 미소를 보였지만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에서도 양측은 자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는 등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가 그대로 감지됐다.

다만 추 대표는 이날 토론회 축사 말미에서 "오랜만에 뵌 손 전 대표도 반갑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축사에서 "신익희 선생이 조선민족혁명당 등을 거쳐 사사오입 개헌에 반대하면서 민주당을 창당한 것이 1955년이고 그 민주당 뿌리가 그동안 여러 정치적 혼란 속에 부침을 겪으면서도 오늘의 민주당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지금 헌법 상의 위기, 국가 위기에 처해있다.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국기문란 사태까지 다다랐다"며 "나라가 망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때일수록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자로서 해공 선생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 전 대표는 "여야없이 기득권에 대항하는 이 나라를 개혁하는 사람들이 하나가 돼서 나라를 구하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토론회장을 나가면서도 "대통령이 나라의 위중함을 제대로 느끼고서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론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이런 사태가 6공화국에 종언을 고하고 7공화국을 만들어 간다.

이 사태는 6공화국 헌정체제에서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되고 그 권위에 실세가 숨어있다보니 생긴 것"이라며 "정치 경제에 새판을 짜고, 그 새판 위에서 7공화국을 건설해 나가자는 개헌 정신이 확실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립내각 구성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다.

거국내각 중립내각도 있을 수 있고, 여야간 대연정을 생각할 수도 있다"며 "워낙 국가적인 위기상태인 만큼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이 의견을 내고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와 만날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