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게이트’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를 수습할 대책으로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과 여권 내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거국 중립 내각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대통령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갖기 힘든 상황”이라며 “우선 대통령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 사건의 본질은 최순실 게이트나 최순실 국기문란 사건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국기 문란사건 또는 박근혜 대통령 헌법파괴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전날 성명서를 통해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함께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여권에선 대선 잠룡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날 라디오에서 “여야를 넘나들 수 있는 협치가 가능한 그러한 분을 총리로 여야가 함께 찾고, 대통령께서 임명하는 그러한 절차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거국내각도 답일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어 “보도를 다 믿는다면 국가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며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결정들, 의사결정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줘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상에 “특검 수사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 공백 사태는 불가피하다”며 “여야 공히 참여하는 중립 거국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거국 중립 내각이) 국가의 기본 과제를 운영함과 동시에 대통령 선거의 엄정 중립 관리를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국, 하태경 의원도 전날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 거국 내각 구성 주장이 나오는 것은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 상황에 빠져들 것이 사실상 불가피 하자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한 대책으로 거론된다.거국내각은 특정 정파나 정당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여야가 추천하는 중립적 인사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꾸리는 것이다. 다만 역대 정부에서 한번도 구성된 적이 없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상당수 의원들도 거국내각 구성에 부정적이다. 홍문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거국내각, 중립내각이라는 것은 딱 정권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또 만들자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