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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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사진)가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에도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갑작스레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이 경질되는 과정에 최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26일 문화계에서 제기됐다. 5월부터 열릴 예정이던 ‘프랑스 장식미술전’을 최씨 측이 추진했는데 당시 김 관장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파리의 프랑스장식미술관에서 열린 ‘한·불 상호교류의 해 한국특별전’의 교환 행사 성격으로 추진된 이 전시에서는 까르띠에, 루이비통 등 프랑스 명품업체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김 교수는 경질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학자의 양심상 외국 명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할 수 없다고 버텼다”며 “작년 말부터 청와대에 계속 들어가서 전시 내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설명했으나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교수가 뜻을 굽히지 않자 전화로 경질을 통보했다.

지난해 파리 한국특별전에선 2014년 출범한 한복진흥센터가 한국 패션전을 담당했고, ‘한국 의복 속의 오방색’을 주제로 내걸었다. 여기서 한복진흥센터는 최씨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한복디자이너 김영석 씨의 옷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김씨는 미르재단 이사로, 박 대통령의 한복을 디자인했다. 최씨는 물론 최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와도 접촉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오방색은 최씨의 관심이 큰 주제다. JTBC를 통해 공개된 PC 파일을 보면 최씨는 오방색 주머니인 ‘오방낭’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열린 오방낭 개봉 이벤트도 최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주술적 성격까지 부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일정 기간 (최씨에게) 의견을 물은 적은 있으나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최씨에게 연설문 등이 유출된 점은 시인하면서도 취임 초기 일로 한정했다. JTBC가 최씨 컴퓨터에서 발견했다는 파일 200여개의 작성 시점은 2012년 6월~2014년 상반기로 알려졌다.

최씨가 올해에도 국정 관련 자료를 청와대와 주고받은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씨와 지난해 10월부터 적어도 올해 4월까지 ‘비선 모임’을 함께하며 ‘대통령 보고자료’를 열람했다고 밝혔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거의 매일 밤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는 것이다.

2년 전 국회에서 제기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문건 유출 의혹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2014년 7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이 비서관에게 “서류를 잔뜩 싸들고 밤에 외출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물었다. 이에 이 비서관은 “집으로 갈 때 (일)하다 만 서류라든지 집에서 보기 위해 자료들을 갖고 가는 수가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서류를 그렇게 외부로 가져갈 수 있느냐”고 거듭 묻자 이 비서관은 “읽고 있는 책이라든지 갖고 있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JTBC는 이날 최씨의 태블릿PC 실제 소유주가 청와대 미래수석실 뉴미디어담당 김모 행정관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문서 일부의 최종 작성자는 ‘문고리 3인방’으로 알려진 정호성 비서관이라고 보도했다.

노경목/유승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