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37주기 추도식이 26일 차분한 분위기에서 거행됐다.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민족중흥회 주관으로 열린 추도식에는 박 전 대통령의 유가족을 포함한 추모객 수천 명이 참석했다.

비선 실세 의혹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개인적으로 박 전 대통령 묘역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 EG 회장과 딸 박근령 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최근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묘역을 다녀갔다고 추도식 관계자들이 전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과 윤상현 의원이 참석했다.

추도식은 개식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경례, 식사, 추도사, 박 전 대통령 육성 녹음 청취, 추도가 연주 및 합창, 조총 발사,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비선 실세 의혹으로 인한 현 정국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역력했다.

김진영 성우회장은 추도사에서 "각하(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가지셨던 지혜와 용기, 탁월한 영도력을 이제 영애 박근혜 대통령께 주실 것을 기원드린다"며 "저희들도 국가적으로 많은 어려움은 있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상현 의원은 현 정국에 관한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발언을 삼갔다.

맨 앞줄에 앉아있던 이인제 전 의원도 기자의 질문에 "그 이야기는 다음에…"라며 손을 내저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인 박준홍 녹색개발연구원장은 기자와 만나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온 힘을 다해 국가 발전에 헌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통일에 대한 확신을 설파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성 녹음을 들으며 감회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추모객은 박 전 대통령 추도가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추모객들은 추도식 뒤 삼삼오오 줄을 지어 박 전 대통령의 묘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박 전 대통령의 묘 바로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두고 간 꽃바구니 2개가 놓여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인물이다.

1917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군인의 길을 걸은 그는 육군 소장이던 1961년 5·16 군사정변을 주도했고 1963년에는 민주공화당 총재로 제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재임 기간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새마을운동을 벌였고 연간 10% 안팎의 고속 경제성장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국군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한 율곡사업을 추진해 자주국방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1972년 유신체제 선포로 장기집권에 나선 박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으로 서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