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교회가 열다' 펴낸 권오성 목사

"남북 관계가 아무리 어려워도 교회를 통한 대화 창구를 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깜깜할 때는 작은 불빛도 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
2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권오성 목사는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한국교회가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목사는 최근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독일교회의 역할을 정리한 책 '독일 통일, 교회가 열다'(두어자)를 편역해 출간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권 목사는 서강대 전자공학과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수도교회와 낙산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를 지냈다.

특히 독일의 분단시대였던 1988년부터 통일 후인 1994년까지 독일 헤센나사우총회에서 선교동역자로 일하며 독일 통일 과정을 직접 목격하는 귀한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CBS에서 '통일로 가는 길', '시사 자키 오늘과 내일'을 진행했으며 2006년부터는 NCCK 총무로 재직하며 대통령 통일고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수행원으로 방북하는 등 총 5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권 목사는 우선 독일의 통일과정에 대해 "교회가 통일의 문을 열고 지향점을 제시했으며 변혁의 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1983년부터 1990년 통일 전까지 동독 전역에 들불처럼 번진 평화기도회의 배후에는 교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촛불만을 든 비폭력시위라는 '형식'과 '민중에게 주권이 있다'는 메시지를 모두 교회가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권 목사는 "당시 동독은 굉장히 통제받는 사회였는데, 비교적 공권력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교회였다"면서 "동독 민주화의 핵심 그룹이 교회에 모였고 교회는 일종의 인권 보호소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또 권 목사는 "공산당의 일당 독재 아래서도 교회는 목사와 장로들에 의해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공간이자 민주주의 교육과 훈련의 장(場)이었다"며 "당시 동독교회는 비폭력의 방법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목사는 "독일 통일과정에서 동독교회가 보여준 것은 어떤 가치보다 평화가 우선한다는 영적인 리더십이었다"며 "동독교회는 마땅히 그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고 힘들고 모순을 겪는 자리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 목사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남한의 강경 대응 등으로 남북 간 긴장 상태가 굳어지는 데 우려를 표했다.

"남북 관계에서는 최소한의 신뢰를 유지해주는 게 중요해요.

모든 대화 채널이 막혔다 해도 교회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최소한의 교류는 이뤄져야 합니다.

"
권 목사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도 제시했다.

권 목사는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넘어 북한을 멸절해야 할 대상이 아닌 통일의 동반자로서 인식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전제돼야 하는 것은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제강점기 한국교회의 역사적 과제가 '독립'이었다면 분단시대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은 '통일'"이라며 "남과 북이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로 가야 한다는 것을 교회가 끊임없이 강조하고 교육하고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다 하도록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 목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가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했고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며 "인권은 필요에 따라 말하거나 필요에 따라 침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권 목사는 다만 "인권은 지상(至上) 가치이고 그 자체로 목적이 돼야 한다"며 "인권에 대한 논의가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kih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