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특강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비판 "서울 중심 벗어나야"

안희정 충남지사는 25일 "경찰이 백남기 농민을 부검해 사인을 조사하려고 하는데 이게 상식에 맞는 거냐"고 따졌다.

안 지사는 이날 충남 아산 선문대학교에서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과 청년'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살인죄로 고소된 사건이니 부검을 통해 사인을 조사하자는 경찰의 주장이 정당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느냐"며 "그분이 멀쩡하게 있다가 병원에서 돌아가셨느냐. 인과 관계상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사과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과가 싫어 형식적인 논리로 돌아가신 분의 몸에 칼을 대자는 게 정당하냐"며 "법과 제도는 강자에게는 엄격하게, 약자에게는 후하게, 자신에게는 냉정해야 공정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참여정부 시절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으나 일부의 반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됐다"며 "서울과 한양 중심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면서 다시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11명 선수가 축구장 전체를 잘 활용하는 축구팀이 잘하는 팀인 것처럼 국토와 인력도 골고루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또 "안전·정의·불공정 등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영역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하지만, 물가관리 등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역할은 줄여야 한다"며 "앞으로의 정부는 작지만 할 일을 하는 강력한 정부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 것 같으냐'는 학생의 질문에 "지금은 내가 가장 적합한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나만 생각하라"며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낸 뒤 "차기 대통령은 남에 대한 비난으로 자신의 주장을 채우지 않고, 민주주의자로서의 철학과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특강이 진행된 1시간 30분 동안 '법의 공정성', '정의', '민주주의', '지방분권', '경제민주화', '균형발전' 등 평소 자신이 즐겨 사용하던 단어를 서너 차례씩 언급하며 "민주주의 정신과 지도력으로 시장 불균형 등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고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아산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