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87년 체제와 이별' 시동…아베 총리 '전후체제 탈피' 모색
韓 여소야대 국회구도·日 '전쟁가능한 일본 반대여론' 변수

역사인식 문제로 인해 외교면에서 한동안 '상극'이었던 한일 정상이 내치에서 '임기중 개헌 추진'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개헌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개헌을 정치인생 최대의 숙원으로 삼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앞서 지난 3월 2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헌법 개정 시기에 관해 "나의 임기 중에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부친(박정희 전 대통령)과 외조부(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 조상이 자국 최고 지도자였다는 사실에 이어 두 정상은 이로써 나란히 임기중 개헌을 추구한다는 또 하나의 유사점을 갖게 됐다.

두 정상이 추진하려는 개헌의 내용도 모두 국정 운영과 국가의 모습에 변화를 초래할 중대 사안이다.

박 대통령의 개헌 목표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담고 있는 '87년 체제'와 이별하는 것이라면 아베 총리가 추구하는 개헌의 궁극적 목표는 2차대전 패전으로 인해 지게 된 '평화헌법 체제'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아울러 '임기중 개헌'을 실현하기까지는 두 정상 모두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야 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개헌안에 대한 야권의 동의가 필수적이며, '1년 4개월'인 잔여 임기를 감안할 때 '시간과의 싸움'도 불가피하다.

아베 총리의 경우 '여대야소'에다 당 안팎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최장 2021년 9월까지 집권할 수 있게끔 자민당 당칙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개헌을 향한 물리적 여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평화헌법 핵심조문인 9조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 전환하는 데 대한 국민 여론의 반감이 만만치 않아 9조 개정을 개헌안에 포함할 경우 국민투표의 벽을 넘는 일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