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2개월여 동안의 칩거를 끝내고 전격적으로 정계로 돌아온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손 전 대표는 당분간 다른 여야의 대선 주자들처럼 외부 일정을 소화하거나 메시지를 내놓기보다는 긴 공백 기간을 메울 인적·물적 토대를 재건하는 데 일단 집중할 계획이다.

정계복귀 선언문에서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밝힌 것처럼, 당분간은 서두르지 않고 내년 대선을 치를 '진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선까지 물리적 시간이 아직 넉넉하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일 정계복귀 선언 이후 주말까지 주로 구기동 자택에 머물며 최측근들과 함께 향후 행보의 구상을 다듬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향후 행보를 묻는 말에 "천천히 하지 뭐"라며 "나도 서울에 온 지 오랜만이니 서울이 좀 익숙해지면…"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면서 외부 인사와의 잇단 접촉을 통해 자신이 정계복귀의 명분으로 들고나온 새판짜기와 개헌 등 화두의 공감대를 넓혀가는 데 주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손 전 대표는 귀경 직후에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주요인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계복귀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근거지는 일단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으로 삼되 조만간 시내에 사무실을 얻어 새로운 베이스캠프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손 전 대표는 이번 정계복귀를 앞두고도 틈틈이 서울 모처에서 측근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우보'(牛步) 행보는 올해 안으로 개최할 예정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10주년 행사를 통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측근과 지지자 등이 한자리에 모일 이번 행사에서 손 전 대표가 내놓을 메시지가 포인트다.

손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대선 출정식처럼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는 것을 지양하고 손 전 대표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앞서 자신과 뜻을 같이할 인적 토대를 든든히 쌓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손 전 대표의 만류에도 동반 탈당을 감행한 이찬열 의원과 재야 운동권 시절부터 멘토였던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 김영철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 등 최측근 인사들은 앞으로도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이종걸 강창일 양승조 오제세 조정식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박찬대 정춘숙 의원 등이, 국민의당에서는 김동철 김성식 의원 등이 손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이들 중 당장 추가 탈당자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앞으로 제3지대 정계개편이 구체화한다면 '손학규계' 의원들의 역할과 행보에 대한 관심은 점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 손 전 대표의 칩거기간 저마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던 원외 인사들도 '소집령'에 응하고 조직을 꾸리는데 분주한 분위기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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