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파동, 이제 지나갔나 보네요…국민 땀·눈물 닦는 따뜻한 정치"
성균관 행사서 박지원과 대화…손학규 탈당 등 놓고 한마디씩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1일 "우리 국민의 삶이 너무 힘들고 불안하며 권력은 사사롭기 짝이 없다"며 "권력을 등에 업고 국가 근간을 흔드는 무리가 넘실댄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에서 열린 성균관 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지금 한국이 대단히 어렵다.

경제도 민생도 안보도 위기"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는 논란의 중심에 선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씨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혹을 겨냥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600년 전 정도전, 300년 전 조광조가 그랬듯 역사를 바꿔야 한다.

국민이 성장하고 행복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에 선비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저도 그런 정신을 받들어 수기안인(修己安人·자신을 갈고 닦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 갈고 닦아 국민 땀과 눈물을 닦는 따뜻하고 좋은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성균관을 방문해 방명록에 '온고지신 정신으로 정직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썼다면서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라며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정직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직한 정치가 국정운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닌 지금 다 같이 새겨야 할 말씀"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행사 직후 기자들이 옆자리에 앉았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고 묻자 "뭐 그냥 상상하십시오"라고 했다 전날 탈당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이야기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상상하시죠 뭐"라는 답만 거듭했다.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와 탈당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자 문 전 대표는 "뭐 이제 회고록은 안 묻네? 지나갔는가 보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파동이 불거진 이후 현장행보를 할 때마다 회고록 관련 질문이 집중되자 "기억을 잘 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라", "사실관계는 지금 나올 만큼 나왔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진실공방에는 대응하지 않아왔다.

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회고록 파동 이후 실시, 이날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권의 색깔론 공세가 오히려 역풍에 직면했다고 판단, 자신과 민주당에는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회고록 파동이 우리쪽 지지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뚜벅뚜벅 경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행사장에서 나란히 앉았던 박 비대위원장에게 손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연대설이 나오는 분위기 등과 맞물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지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찬열 의원의 탈당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대표가 빨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다"며 "민주당에서 추가 탈당이 좀 더 있을 것 같다"고 농반진반으로 문 전 대표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박수윤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