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2+2 회의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전면적 압박 의지 다져
한미일 3각 공조 강조…한일 군사정보협정 논의 가속화 가능성
美, 中겨냥 '2차제재'에 모호한 입장…北셈법 바꿀 '한방' 없어

한국과 미국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서 대북 억지력과 압박의 수위를 높임으로써 미국 권력 이양기에 한미동맹의 대북 태세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지난달 5차 핵실험 이후 앞으로 1∼2년이 북핵 전력배치의 마지막 고비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의 권력 교체기를 전후해 대북정책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과 이를 틈타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를 향해 질주할 것이라는 우려가 외교가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한미가 확고한 공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11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거쳐 내년 1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외교안보 라인이 꾸려지고 대북 정책의 틀이 짜이기까지 5∼6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회의는 대북 정책의 '연속성'과 '지속성'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대북 억지력 면에서 한미 외교 및 국방 당국 차관급이 참석하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핵우산 제공을 포함한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 2+2 공동성명에 "핵우산, 재래식 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강조"하고, "그 어떤 핵무기 사용의 경우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강력한 경고가 들어간 것도 확장억제 공약의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그리고 이번 공동성명은 양국 공동문서상 최초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한미는 물론 역내 국가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direct threat)"으로 규정함으로써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의 엄중함과 시급함을 재확인했다.

회의에서 우리 측은 한국민이 느끼는 북핵 위협이 과거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핵전쟁 위기로 가는 긴장을 감수해가며 대처한 '쿠바 미사일 위협'(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이 배치된다는 의미)에 비견할 만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한미가 북핵 위협에 대한 '경보'를 올린 것은 미측이 느끼는 북한 핵위협의 핵심이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중시했던 '테러세력으로의 핵무기·핵물질 이전'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이 핵도발을 감행하면 김정은은 죽는다'는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발언 등에 내포된 대북 선제타격론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었다.

또 한미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경제 제재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인권 문제와 북한과 제3국 간의 외교관계까지 건드리는 총체적 대북 접근을 하기로 한 것도 대북압박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정권에 연간 작게는 5천억 원, 크게는 1조 원 규모의 현찰을 안겨주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북한 노동자 문제를 본격 제기하기로 한 것은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 차단에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더불어 이번 회의에서 한미일 3국간 안보 협력이 강조된 것도 주목된다.

공동성명은 "양국 장관들은 한미일 3국 협력 증진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를 강화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향후 한미일 안보회의 등 기존 3국 국방당국간 협의체를 활용해 3국 국방협력 증진을 위한 추가적인 진전을 기대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 문구는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가 삐걱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기대하기보다는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한 대북 억지력 확보 쪽으로 방향을 굳혔음을 재확인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2+2를 계기로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논의가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번 2+2와 관련, 북한의 '셈법'을 바꿀 만한 '강력한 한 방'은 없었던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올 전망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2 회의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외국 기업을 불법여부와 관계없이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2차제재)를 단행할지에 대해 "장기 검토 과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중국을 움직여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지렛대'로 평가된 '세컨더리 보이콧'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당장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긴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