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공방 '침묵' 기조 이어가…국정원장 발언·'최순실게이트' 맹비난
KIST 방문 "과기부 부활" 주장…야권서는 회고록 정국 장기화될까 고심 기류도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의 발언 논란으로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진실공방이 가열되는 모양새지만, 논란의 당사자 격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0일 여전히 '경제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문 전 대표가 직접 진실공방에 뛰어들 경우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며 대권주자로서 상처만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대신 국정원장과 여당의 공세에는 단호하게 비판하고 소위 '최순실 게이트'에 맹비난을 쏟아내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활용해 역공을 이어갔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각종 논란이 거듭되면서 애초 예상보다 이번 회고록 정국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18~19일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경제·민생 현장을 찾았던 문 전 대표는 이날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과학기술연구원(KIST·키스트)을 방문하는 등 과학기술과 4차혁명을 테마로 한 현장행보를 이어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이병권 연구원장을 비롯한 연구원 간부들과 간담회를 열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과학기술부 부활'을 제안했다.

그는 "제 2의 과학입국이라는 꿈을 세울 때"라면서 "그 꿈을 위해서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는, 그래서 다시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만 해도 IT분야의 세계경쟁력이 3위권까지 올라가는 등 과학기술분야의 세계경쟁력이 상당히 상승했다"면서 "그게 지속하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치는 현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과학기술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하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는데 그런 것이 없어졌고, 또 연구개발(R&D) 예산이 과학기술인이 필요한 분야에 배정돼야 하는데 경제관료의 관점에서 배정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문 전 대표는 "과학기술이 지금 우리의 먹거리, 또 미래 성장의 동력이 돼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라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토대도 돼서, 결국 국민성장을 이끄는 힘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연구원 내 식당에서 연구원들과 오찬을 했고, 치매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치매 문제를 해결하시면 아마 노벨상을 받으실거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연구원 방명록에도 '제2의 과학입국을 세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다만 이날 날짜인 10월20일 대신 '11월' 20일이라고 기입하는 작은 실수를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회고록 정국에서 '2007년 11월 20일' 회의가 자주 거론된 것이 무의식중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처럼 과학기술 관련 일정에 주력하는 반면, 회고록 파동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거리를 뒀다.

그는 향후 경제행보 계획을 묻자 "새누리당은 종북 놀음, 색깔론에 빠져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우리 민생경제를 살릴방안을 찾으러 열심히 다니겠다"고 강조했다.

대신 여당의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국민의 분노는 거의 폭발 지경인데도 (여당은) 저 문재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 그 궁리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마이웨이' 행보에는 굳이 진실공방을 벌이지 않아도 수세국면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야권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논란이 길어지면 대권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날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하는 등 '비문(비문재인)' 진영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불안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