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먼저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고 제안했고 이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비서실장)가 수용한게 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대한 이병호 국정원장의 답변을 놓고 여야간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맞다’는 확신에 찬 대답인지 ‘맞다고 생각한다’는 개인적 의견이 담긴 답변인지를 두고 여야는 브리핑 장에서 논쟁을 벌였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이병호 국정원장이 ‘맞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 원장은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어느 국회의원이 기관장을 앉혀놓고 사견을 묻겠느냐”고 했고, 김 의원은 “이 원장이 사견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라고 표현했다”며 “그냥 ‘맞다’라는 단정적 표현을 썼다면 야당이 가만히 있었겠냐”고 반박했다.

언론은 브리핑 내용을 토대로 ‘이 원장이 맞다고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민주당은 돌연 입장을 바꿔 이 원장의 발언을 소개한 내용 자체가 이 의원의 ‘거짓 브리핑’이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간사인 김 의원과 상의한 뒤 19일 밤 11시가 넘어서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2007년 김만복 전 원장이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자고 제기한게 맞냐는 질의에 이 원장이 맞다고 대답했다는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20일 아침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완영 의원은 자신의 말에 이 원장 말을 섞어 소설을 썼다”며 “김만복 관련 질의에 대한 국정원장 대답 관련한 이 의원 브리핑은 사기브리핑”이라고 비난하면서 이 의원의 정보위 간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어제(19일) 밤 이 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이완영 의원 주장이 맞냐고 묻자 ‘오늘 하루종일 국감장에 같지 있었지 않았냐. 속기록에 다 있지 않겠느냐. ‘맞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고 했다. 이인영·조응천 의원도 “(국감장에서 이 원장이) 그런 얘기를 한적도 없고 들은적도 없다”고 말했다.

더민주 간사인 김 의원도 ”이 원장은 모든 질문에 대해 한번도 ‘맞다’라는 식의 단정적 답변을 한 적이 없다”며 “상식적으로 현 국정원장이 그때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나. 국가기록원에 가서 회의록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완영 의원은 자신의 브리핑 내용이 사실이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문제가 되니까 뒤늦게 비상회의까지 해서 사실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 원장은 김 전 원장이 북한에 의견을 먼저 구하자고 했느냐는 질문에도 맞다고 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수용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맞다고 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