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소위'가 주무르는 400조 예산 40일 전쟁] "예산심의 사실상 한 달뿐…예결위 상설화해야"
국회 예산 심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한 달 남짓에 불과한 심의 기간이 자주 거론된다.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동안 현미경 심의를 하는 미국, 3월부터 7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예산안을 검토하는 영국보다 짧다. 전문성도 부족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1년에 불과하고 각각의 상임위원회도 있어 업무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상설화하면 짧은 심의기간과 위원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남수 연세대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예결위원은 다른 상임위를 겸임하지 않고 임기 2년을 보장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선임도 선수(選數)가 아니라 전문성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려면 기존 상임위와의 기능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연구원은 “예결위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예산의 적정 규모와 기능별 부처별 배분을 결정하고 상임위는 소관 부처의 예산 심의를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만 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결위 상설화가 불가능하면 국정감사 시즌이라도 예산 심의 기간과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매년 9~10월께 열리는 국정감사 시기를 조정해 충분한 예산심의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예산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졸속 심의란 말이 나온다”며 “상임위별로 국감 시기를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회예산정책처 등 국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기관의 예산 분석 역량을 강화해 국회의 전문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공동성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가 부처별 예산 심의가 아니라 연구개발(R&D) 등 큰 지출 사업 분야를 묶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예산을 심의해야 중복 사업을 막고 예산안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의원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보좌관을 줄여서라도 예산 관련 전문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