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사정권 무수단미사일로 美타격능력 과시 시도…공중폭발로 실패
한미 연합훈련 종료일로 '택일'…스타일 구긴 北, 무수단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


북한이 15일 괌의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으로 두는 무수단(사거리 3천500㎞)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짙다는 평가다.

특히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아마도 핵 공격을 수행할 향상된 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러고 나면 바로 죽는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발의 성격이 크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을 앞두고 풍계리 핵실험장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장, 원산 지역의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기지 등에서 동시에 이상 징후가 포착돼 도발할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아무런 도발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이를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눈치를 보며 도발을 자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에서 여전히 제재 논의가 진행되는 있음에도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한 데는 미국이 이른바 '최고 존엄'인 김정은을 겨냥해 '죽는다'는 고강도 경고 발언을 한 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북한은 15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러셀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우리에 대한 최고의 도전이며 우리에게 한 선전포고를 실행에 옮기는 적대 행위"라며 "미국이 우리에게 덤벼드는 그 순간 백악관부터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16일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국의 위협에 기가 죽은 것처럼 보이니까 도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 시기로 15일을 선택한 것은 한미 연합훈련 종료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해군은 지난 10일부터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투입해 한반도 전 해역에서 실시한 대규모 연합훈련인 '불굴의 의지'는 15일에 종료됐다.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한반도에 전개돼 북한 핵·미사일 시설 정밀타격 훈련을 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이 감히 도발하지 못하다 훈련이 종료되자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무수단미사일 발사는 지난 6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북한은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고각으로 발사된 한 발이 최대 높이 1천413.6㎞를 솟구쳐 사거리 400㎞를 기록,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4월 무수단미사일을 처음 발사한 뒤 5차례 연속 실패한 뒤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었다.

당시 무수단미사일 하단부에 과거 보이지 않았던 격자 모양의 날개(GRID FIN) 8개를 단 것이 식별되면서 이 부분이 비행 안정성을 향상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8월에 발사해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도 격자형 날개가 있었다.

그러나 115일 만에 다시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이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중거리미사일의 안정성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도 격자형 날개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런데도 발사에 실패한 것은 여전히 무수단 미사일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조만간 다시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한미는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외교·국방장관(2+2) 회의와 20일 양국 국방장관이 참가하는 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이번 북한의 무수단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평가하고 공조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편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하루 지난 16일에야 확인한 데 대해 우리의 정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합참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의 무수단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 사실을 전한 뒤에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가 정보를 공유하고 어떤 미사일인지 분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발사 직후 실패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개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참은 그동안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어떤 미사일인지 판단하기 전에도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이를 언론에 공개해왔다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