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무기 상시배치 가능성 주목…한미동맹 강화 계기될 듯

한미 양국이 다음 주 개최하는 외교·국방장관(2+2) 회의와 안보협의회(SCM)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2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한미동맹 차원의 군사적 대응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을 보다 공고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한미동맹의 핵심이다.

이번 외교·국방장관 회의와 SCM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 능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지난달 9일 5차 핵실험으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만큼,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준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대형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을 거듭 확인했지만, 올해 들어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국내에서는 안보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북한은 이를 부추기기라도 하듯, 공공연히 한국을 핵 공격 표적으로 지목했고 '불바다'와 같은 거친 수사를 노골적으로 사용하며 대남 핵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일부 학계에서 거론되던 자체 핵무장론이 정치권의 이슈로 떠오른 것도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된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핵무장론에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유사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 프랑스도 '미국이 (유사시 옛 소련의 핵 공격 위협을 무릅쓰고) 파리를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며 핵무장을 추진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한미동맹의 골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이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이번 외교·국방장관 회의와 SCM에서 확장억제 실행 능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데는 이같은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 능력을 제고하는 것은 확장억제 공약과 잠재력을 보다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SCM에서 한미 양국이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올해 들어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대형 도발에 대응해 전략무기를 잇달아 한반도에 전개했지만, 일시적인 무력시위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12일에는 미국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괌 공군기지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2대를 한반도에 전개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기상 사정으로 이를 하루 연기해 유사시 미국이 확장억제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낳았다.

그러나 미국이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배치와 같은 방식으로 확장억제 실행 능력을 제고할 경우 한국 내부의 안보 불안감을 불식할뿐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을 보다 강하게 억제할 수 있다.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상시 배치된다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를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적이 도발에 나설 경우 압도적인 응징으로 적의 핵심가치를 파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게 확장억제의 핵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최고존엄'인 김정은을 겨냥하는 전략무기의 상시 배치는 북한의 '핵폭주'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12일 김정은에 대해 "아마도 핵 공격을 수행할 능력을 갖출 수 있겠지만, 그러면 바로 죽는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미 양국이 이번 외교·국방장관 회의와 SCM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 능력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경우 북한의 핵 위협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미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조야에서 최근 대북 선제타격론이 거듭 제기됐지만, 이번 연쇄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에 나설 징후가 포착되면 이를 즉시 선제타격해 위협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개념과 작전계획을 이미 갖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3축 체계'인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에도 선제타격 개념이 포함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