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지지율 떨어졌지만, 非朴주자들도 아직 한자릿수
현직 대통령 등 돌리게 해선 여권 지지층 결집 난망
역대 후계자들 엇갈린 명암 "과거 정권과 달라", "潘 귀국하고 보자"


가을이 깊어지면서 여권 차기 대선후보들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설정때문이다.

대권행보의 갈림길이 될 연말·연초에 다다르면 선거 캠페인 전략을 놓고 현직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냐, 다른 길로 갈 것이냐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

임기말에 접어든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등을 돌리는 게 냉혹한 정치 현실이다.

공교롭게도 '콘크리트'에 비견돼 온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한국 갤럽이 조사한 박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지난주 취임 이후 최저치(26%)를 기록했다.

4주 연속 하강 곡선을 그린 지지율이 반등할지 미지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권력누수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지만, 박 대통령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 대선을 치를 경우 20∼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 지지율은 박빙의 대선 승부에서 결정적인 위력을 발회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현재까지 여권 주자들 가운데 박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안보 정책 실패를, 유승민 의원이 경제 정책의 난맥상을 각각 꼬집었지만 박 대통령에 대놓고 반기를 든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는 대부분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서 맥을 못 추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들이 얻고 있는 3∼4%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지지율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 지역, 보수 성향 고령층을 껴안으면서 외연 확장을 노리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마당에 미래마저 불투명하니 때를 기다리며 당분간 암중모색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역대 대선에서 여권 주자가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얻은 명암은 뚜렷이 갈렸다.

노태우 대통령은 전임인 전두환 대통령과의 '전략적 차별화'로 양김(김영삼·김대중) 진영을 교란해 집권에 성공했다.

김영삼(YS) 대통령도 '군정종식'과 '문민정부'를 구호로 전임 노태우 대통령과의 차별화 효과를 본 사례다.

그러나 YS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두 차례 연속 쓴잔을 마신 끝에 '용꿈'을 접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현 국민의당 의원)도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의 반목 끝에 극적인 화해를 연출했다.

일단 내년 19대 대선에서도 박 대통령에 여권 주자들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장 박 대통령이 탈당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작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를 친박(친박근혜)계 주류가 장악한 데다, 박 대통령의 권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말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친인척·측근 비리로 각각 2002년과 2007년 떠밀리듯 탈당한 반면, 박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비리가 아직 의혹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도 "DJ는 세 아들 모두 감옥에 다녀왔고, 노 전 대통령도 형 건평씨와 측근들이 줄줄이 옥고를 치렀지만, 박 대통령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하락하거나 친인척·측근 비리 의혹이 심각해지면 비박계 잠룡들이 결단하는 시기가 곧 닥칠 가능성도 있다.

특히 20%대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는 내년 초가 이들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한 비박계 주자 진영은 "현재는 '도토리 키재기'지만,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가시화하면 한판 제대로 붙어 존재감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야권 주자들과 '제3지대'에서 손을 잡는 정계개편이나 차기 권력 지형도를 송두리째 흔드는 개헌 이슈도 여권 잠룡들이 예상할 수 있는 변수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