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논란 2차례 해명…"北반응 점검했다면 높은 외교수준 보여주는 것"
"盧, 시스템 무시하고 사적채널로 결정 안 해…대화단절이 무슨 도움됐나 반성해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5일 지난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한 뒤 기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이 다수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노 대통령은 항상 내부에서 찬반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거쳤으며 시스템을 무시하고 사적인 채널에서 결정하는 일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배우기 바란다"고 한 데 이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단절이 북한 인권 개선에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그리고 북핵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며 문제를 삼는 여권에 역공을 펼쳤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부에게서 배워라'와 '뭣이 중헌디?'라는 제목의 장문을 2차례 연이어 올리며 여권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펴낸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표결에 앞서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뇌부 회의에서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의 견해를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용했으며,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의 뜻을 존중해 기권했다"고 회고록에 적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당시 상황을 소개하면서 "당시 정상회담 후 남북총리회담과 국방장관회담 등 다양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때"라면서 "정상회담 직후라는 시기적 특성 속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찬성 → 국제공조 → 북한 개선 유도'라는 전략과 '기권 → 한국의 주도성 확장 → 북한/미국 설득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두고 정부 내에서 치열한 토론을 했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교부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계속 찬성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통일부는 당연히 기권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엔 대부분 통일부의 의견을 지지했다.

심지어 국정원까지도 통일부와 같은 입장이었다"며 "노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외교부대로,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북한의 반응을 점검하거나 정보를 수집했다면, 그야말로 참여정부의 높은 외교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의 핵심인 당시 북한에 사전의견을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이어 "노무현 정부는 대북송금특검, 이라크파병,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등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이 있을 때 항상 내부에서 찬반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며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부터 2005년 동안에도 외교부는 늘 찬성하자는 입장이었던데 비해, 통일부는 기권하자는 의견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격론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었는데, 그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여당도 기권 의견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외교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찬성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송 전 장관의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라며 "사안의 성격상 필요하면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후엔 시민사회수석실), 국민참여수석실 등 비외교안보 부서까지 토론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지막 결정할 때 반대하는 참모들에게 결정 이유를 설명해줬다"며 "그래서 결정이 내려진 후에는 모두가 승복하여 대외적으로 하나의 입장을 견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나도 여러 사안에서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정된 후에는 그에 따랐다"면서 "치열한 토론이 있었기에 단순한 찬반 결정을 넘어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나는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

전쟁은 국민의 생존과 인권의 무덤이며 평화는 국민의 생존과 인권의 요람"이라며 "제가 만들고 싶은 정부는 평화를 통해 국민의 삶을 지키고 평화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정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면 북한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퍼뜨리는 길밖에 없다"며 "이제는 선제타격이니 핵무장이니 전쟁이니라는 말로 평화를 깨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수준 낮은 정치를 중단하고 북한의 수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통해 대화의 문을 여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수준 높은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