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법무부·법제처 참여 컨트롤타워 구성…유권해석 전담
청탁금지법 유권해석 혼란 속출…"권익위만으로는 역부족"

정부가 14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관계장관 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법 시행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이 뜨겁지만 국민권익위원회만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 주무부처인 권익위가 유권해석을 전담해왔지만, 실질적인 법 적용을 놓고 혼선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권익위에 들어온 유권해석에 대한 문의는 2천174건에 달해 권익위가 대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권익위의 '오락가락' 답변은 혼란을 오히려 더 부채질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예컨대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과 캔커피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권익위는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놔 일선 부처에 혼선을 줬다.

특히 경조사비와 관련해 기존에는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경조사비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가 최근에는 "상호 부조의 성격이 강하고 전통적 미풍양속인 만큼 직무 관련성이 있어도 10만원 이하는 허용돼야 한다"면서 매뉴얼을 수정하기로 했다.

국회의 '쪽지예산'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는 "부정청탁에 해당해 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권익위는 "국회의원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이므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혀 부처 간 이견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서도 각 부처 장·차관들은 성영훈 권익위원장을 상대로 갖가지 애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회의에서 성 위원장이 먼저 학생이 교사에게 주는 카네이션·캔커피 문제, 국회 쪽지예산 등이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쟁점과 관련해 기존의 입장을 밝혔으나 설명이 끝나자 각 부처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학생이 교사에게 주는 카네이션이나 캔커피가 확실히 안되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는 팸투어(관광설명회)가 허용되는지와 기자실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담당하는 기자에 대해 어떤 경우에 출입기자로 대하고, 어떤 경우에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기자로 봐야 하는지를 질의했다.

이들 질문에 성 위원장이 일일이 답변을 하려 하자 황 총리가 "이 자리에서 모든 사안을 답하지 말고 TF에서 논의하라"면서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위원장은 또 회의에서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예스(YES)' 혹은 '노(NO)'라고 답변을 하면 후속 질문으로 이어져 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다만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단계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작업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각 부처 장·차관들이 청탁금지법과 관련된 소관 현안을 들고 와서 성 위원장에게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물었다"며 "다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고, 추후 TF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회의가 끝나자 황 총리와 성 위원장은 잠시 티타임을 하면서 향후 TF 운영 방안 등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부처 합동 TF는 앞으로 청탁금지법에 대한 유권해석과 관련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혼란이 상당 부분 확산했다는 점에서 TF 구성이 다소 때늦은 감은 있지만, 법무부 법무실장과 법제처 차장 등 법률 전문가들도 참여하기로 해 법률 해석에 대한 체계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권익위는 당초 이달 말까지 TF를 구성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정부는 조속하게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주 초까지 TF 구성을 마치고 첫 회의를 열기로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TF는 기본적으로 권익위 부위원장, 법무부 법무실장, 법제처 차장이 주축이 되고, 사안별로 해당 부처 담당자를 불러 함께 회의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체계적인 대응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TF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 그리고 앞으로 제기될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법률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