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당내 조율 쉽지 않고, 국토부 용역폐지 언급 안해
이시종 지사 긴급 기자간담회 "도민 한 목소리 내자" 호소

KTX 오송분기역(청주)을 지역 발전의 랜드마크로 삼았던 충북이 이웃 세종시 문제로 벌집을 쑤신듯한 분위기다.

오송역과 맞닿은 세종시에 KTX 세종역 신설이 검토되자 충북의 민·관·정이 KTX 세종역 설치 저지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KTX 세종역 반대는 충북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시종 지사는 국회와 국토교통부를 찾아 세종역 신설 사전타당성 용역 중단을 요청했고, 청주권 국회의원들도 국회에서 세종역 설치 반대를 외쳤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 지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세종) 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세종역 신설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당내 조율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가타부타 언급을 피하는 등 요지부동이어서 세종역 신설 사전타당성 용역이 중단되거나 폐기될지는 미지수다.

난감한 처지에 놓인 이 지사는 도민 의지 결집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13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요청, "세종역 신설을 저지하려면 언론과 종교단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도내 민·관·정이 하나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의 세종역 신설 타당성 조사 용역을, 가능성 여부를 따지기 위한 게 아니라 실제 신설을 염두에 둔 절차로 판단한 것이다.

이 지사가 전날 국회를 방문,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강력 대응을 요청하고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중앙당 차원의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긴급 간담회를 마련한 데는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충북도는 더민주 중앙당이 원만하게 '교통정리'를 해주기를 바라지만, 당내 조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충북도는 전날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지역 현안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고 더민주 충북도당과 함께 중앙당 차원에서 협조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이 지사는 중앙당 조율에 큰기대를 걸지 않는 표정이다.

이 지사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났지만, 결정적으로 (중앙당 조율이)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철도시설공단의 용역 추진이 6선인 이 의원과 이 세종시장의 요구로 시작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춘희 시장은 13일 세종역 신설에 대한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언론 브리핑에서 "정부와 세종시, 충북도는 각각의 입장이 있고 충북 주민을 위해 일하는 충북도, 세종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세종시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KTX 세종역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청주 국회의원들도 분주해졌다.

청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정우택(상당), 더민주 도종환(흥덕)·변재일(청원)·오제세(서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충청권 합의정신과 공조의 틀을 깨고 갈등을 유발하는 KTX 세종역 타당성 조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전과 충남·북 도민의 전폭적인 지원과 합의에 따라 충남·충북의 땅을 할애해 만든 합의적 성격의 신도시가 세종시이고 그 관문 역이 오송역인데, 철도시설공단이 충청권 공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도 했다.

새누리와 더민주 도당은 세종역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공조 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지난 11일 'KTX 세종역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 충북 민·관·정 협의체와는 별개로 독자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건 이해찬 의원과 신설 움직임을 저지하지 못한 이시종 지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세종역 신설 저지에 나서겠지만, 그와 동시에 시시비비도 따지겠다는 얘기다.

13일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자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하는 만큼 더민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변경을 통해 국토교통위에서 활동하라고 목소리를 키웠다.

더민주 충북도당은 새누리당의 이런 움직임을 비판하기만 할 뿐 아직 저지 활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도민이 하나 돼 한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으나 여야가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면 엇박자가 날 수 있다.

만약 세종시가 KTX 세종역 설치에 올인한다면 세종시 원안 건설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굳어진 충청권 공조는 대위기를 맞을 것으로 점쳐진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