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해경 해체가 침몰 원인"…홍문표 "해체후 中어선 침범 90배 늘어"
與지도부는 독립에 반대…이정현 "지휘·효율성 고려해 개편한 것"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 함정을 침몰시키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해양경찰의 독립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후속 조치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돼 국민안전처 소속의 일개 조직으로 격하되면서 해경의 해양 경비 역량이 크게 떨어진 점이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해경청 부활'을 외치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이다.

해경청 재건을 거론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아무도 해경의 재독립 문제를 쉽사리 꺼내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은 작지 않은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삼면이 바다고 해양국가가 돼야 할 상황에서 이제는 과거에 있었던 해양경찰청을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안전처 산하로 갔을 때는 과거 잘못됐던 해경이 강인하게 재탄생해야 했는데, 안전처로 간 다음에 더 무기력해졌다"면서 "중국 어선의 불법 침범 문제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번지고 있는 만큼 이런 조직을 가지고는 조금 어렵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해경이 해체되고서 중국 어선이 하루에 750척에서 800척 정도가 출몰한다"면서 "해역을 침범한 횟수는 약 90배가 늘어났다.

이걸 방치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해경 함정 침몰 원인에 대해 "해경을 해체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경청 부활에 방점을 두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맹탕 재탕의 급조된 정책이 아니라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당 황주홍 의원도 전날 농해수위 국감에서 "해양 수호 차원에서 해경 부활이 필요하다는 데 여야의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직 공개적으로 해경 독립을 요구하는 의원은 없지만, 국회 농해수위원장인 김영춘 의원이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전날 국감에서 일부 농해수위원들과 수산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해경청 부활을 언급하자 "여야 간사와 상의하고 상임위 위원들과의 의견 수렴을 통해 논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 해체를 주도했던 여권 수뇌부는 여전히 해경 독립에 부정적인 기류여서 논의가 진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나포된 불법 조업 중국어선이 있는 인천 만석부두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권 일각의 해경 독립 요구에 대해 "해경이 바뀐 지 얼마 안 됐고 안전 쪽은 부처의 지휘나 효율성을 고려해 개편한 것이므로 그것은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이 대표는 또 "정부기관을 부침개 부치듯 이렇게 엎고 저렇게 엎는 것은 오히려 조직의 안정을 해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이광빈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