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고리로 정국 주도하며 여소야대 구도 극복도 노려
朴대통령 결심이 최대 변수…靑 "달라진 게 없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치권에서 분출하는 개헌론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뼈대로 세워진 '1987년 체제'가 이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는 인식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 전반에 걸쳐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양한 개헌론이 백가쟁명식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정 원내대표 자신도 의원내각제를 지지하고 있다.

개헌이 담론수준을 넘어 구체화된 논의로 이어지려면 동력이 필요하다.

정치권 논의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사회적 공감대를 토대로 한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

결국 국론 형성에 있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하는 대통령의 결심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개헌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1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개헌과 관련해서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난색을 보이지만 정 원내대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면 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야에 이런 저런 개헌론이 많다.

개헌특위 설치 여부는 연말이 돼 봐야겠지만, 그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애초부터 개헌 논의에 적극성을 띠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는 개헌론에 대해 "경제와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고, 7월 17일 제헌절에도 "개헌에 동력이 없다"고 소극적인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 정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가 왔다"며 "정상적인 국가는 전부 내각제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가 개헌에 대해 적극적·공개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와 무관치 않다.

'해임건의안 정국'을 거치면서 원내 과반에 미달한 '소여'(小與)가 정권 말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힘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것이다.

야당이 장악한 입법부가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비생산적인 정쟁만 거듭되는 폐단을 바로잡으려면 개헌이 필요하다고 정 원내대표는 역설했다.

그는 연합뉴스에 "여야 모두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첫 단추가 개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보면 내년 대선판도가 야당 우위의 흐름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개헌'을 고리로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다시 말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여권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야권 일부 주자들과 지역적 또는 이념 지형에 따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개헌이 매력적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게 여권 일부의 시각이다.

따라서 이 참에 여당이 개헌의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당장 개헌특위가 꾸려질 경우 이주영·정병국 의원 등이 위원장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된다.

일각에선 정 원내대표가 '군불'을 때고, 박 대통령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중대 발표'를 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여태껏 개헌에 대해 던진 직·간접적 메시지로 미뤄보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적극적 입장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청와대 기류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