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10일 국가보훈처 등 국정감사에서는 야당이 증인으로 출석한 박승춘 보훈처장의 인사말을 듣지 않겠다고 나오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국감 시작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박 처장이 보훈처 수장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야 3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오늘 기관장 인사와 업무보고를 보훈처장이 아닌 차장이 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은 지난 6월 보훈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을 진압한 제11공수특전여단을 올해 6·25전쟁 기념 광주 시가행진에 투입하는 행사를 기획·추진했다는 점을 문제삼아 해임촉구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도 "박 처장이 업무보고 때 국회와 국민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그 이후에 보훈처의 자세와 태도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서면 인사말에 담긴 내용도 부적절한 게 굉장히 많다"고 동조했다.

이에 새누리당 소속인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야당의 입장은 백번 이해하지만, 국감에 기관장으로서 와서 인사말을 하고 간부 소개하는 것 정도는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야당 입장에서는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라면서도 "국가보훈처도 중요하겠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김영란법에 대해 국민위원회가 제대로 업무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야당을 설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 처장은 단상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야당 의원님들과 위원장님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말만 간단히 드리고 업무 내용은 배포한 유인물로 갈음하겠다"고 운을 뗐다.

박 처장이 준비된 인사말을 읽어내려가는 도중에 이 위원장은 "거기까지만 하고 간부를 소개해달라"고 끊자, 박 처장은 인사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날 국감에서는 박 처장이 지난 2012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아들 취업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박 처장의 아들은 서류에 '보훈처장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필기, 실기, 면접을 치렀다"며 "박 처장의 아들만 특별하게 우월적 지위에서 특혜를 받고 합격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채이배 의원은 "권익위에 박 처장의 자녀 취업청탁 사례를 질의했더니 단순히 합격자를 알려달라는 건 청탁에 해당하지 않지만, 채용담당자들이 청탁이라고 느껴 채용기준에 미달함에도 채용했다면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답이 왔다"며 "면밀히 조사해봐야겠지만 부정청탁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runran@yna.co.kr